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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뉴 앞에만 서면 왜 그리도 작아졌던가. 토트넘-아스널에 각각 6골씩을 퍼붓던 화력도, 시즌 초중반부터 줄곧 우승권에 머물렀던 탄력도 소용없었다. 홈, 원정에서 두 번 모두 패하며 첼시에 승점 6점을 고스란히 바쳤던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 그들이 드디어 포효했다. 15일 새벽(한국시각) 영국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3-14 잉글랜드 FA컵 16강전에서 맨시티는 첼시를 2-0으로 잡았다.
수치로써 정확히 표현할 수는 없는 문제, 다만 확실한 건 첼시가 경기 내내 허덕였다는 점이다. 이들은 지난 맨시티 원정과 마찬가지로 중앙선 아래를 지키고자 했다. 무게중심을 앞으로 두기엔 체력 부담이 만만치 않았을 터. 굳이 전력 질주하며 뒷공간을 치고받을 이유는 없었다. 최대한 적게 내달릴 방법을 택했지만, 그럼에도 90분을 소화할 지구력은 부족했다. 순간의 집중력과 판단력이 떨어졌고, 조직적인 힘도 잃었다. 하미레스가 눈앞의 마킹을 포기한 것이 단적인 사례. 기본기나 센스 면에서 다소 투박했던 이 선수가 경쟁력으로 내세운 체력이 바닥을 보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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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 아래 기본 수비 전형을 갖춘다는 의미가 무색했다. 볼을 끊은 뒤 빠르게 올라서질 못해 계속 얻어맞는 그림만 반복됐다. 아자르만이 간간이 볼을 잡고 달렸을 뿐, 하미레스나 윌리안은 영향력이 부족했고 에투는 전반전 볼 터치가 12회에 그쳤다. 교체카드 살라, 오스카, 토레스도 총 슈팅 개수 3개, 하나는 벽에 걸렸고 둘은 골대를 벗어나던 흐름을 뒤집지는 못했다. 도리어 맨시티의 나스리 카드가 적중하며 두 번째 실점을 내준다. 이 과정에서도 다비드 루이스의 오프사이드 트랩이나 뒷공간 커버 전에 나스리에게 광활한 시야를 제공한 것이 원인. 숟가락만 들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밥상을 그들 스스로 차려준 격이었다.
* 맨시티(2)
득점 : 요베티치(16'), 나스리(67')
라인업 : 판틸리몬 / 클리쉬-레스콧-콤파니-사발레타 / 실바(나바스,69')-투레-가르시아-밀너 / 요베티치(나스리,61')-제코(네그레도,81')
* 첼시(0)
득점 : X
라인업 : 체흐 / 아스필리-루이스-케이힐-이바노비치 / 마티치-미켈 / 아자르-윌리안(오스카,71')-하미레스(토레스,61') / 에투(살라,45')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