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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홍 감독은 14일 귀국한 자리에서 "박지성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에 가지 않기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그는 "박지성과 만나 진솔하고 충분히 얘기를 나눴다. 내 생각과 박지성의 생각을 나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며 "고심 끝에 박지성의 결정을 존중하기로 했다. 본선 전까지 중요한 시간을 앞두고 일찌감치 결정을 내리게 돼 만족한다"고 말했다. 또 "내 선수시절 경험과 본인의 이야기 등 많은 부분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면서 "박지성의 무릎 상태가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 본인이 대표팀에 복귀하지 않기로 결정한 이유에 대해 진솔히 들을 수 있었다. 좋은 만남이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두 달간 설왕설래했다. 홍 감독은 1월 초 "'박지성 카드'를 버리지 않았다"고 폭탄 발언을 했다. 사전교감은 없었지만, 홍 감독의 발언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반면, 박지성은 수차례 "대표팀에 복귀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자선경기도 5월 말로 사실상 확정지으서 복귀 불가의 뜻을 확고히 했다. 꺼진 불씨는 결국 살아나지 않았다. 홍 감독도 애써 살려내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홍 감독은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마음"이라며 "내가 이제껏 생각하지 못했던 고민도 있었고, 여러가지 충분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이제 본선 전까지 박지성의 이름이 거론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제 홍 감독이 가야할 길은 하나다. 대표팀 경험 부족에 대한 우려의 시각을 정면돌파해야 한다. 홍 감독은 "여러 국가들이 본선 전 노장 선수를 복귀시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월드컵은 일반적인 무대와는 다르다. 경험이 그만큼 중요하다. 나도 늦은 나이에 월드컵을 경험했다"며 "안정감있는 선수의 존재는 중요하지만, 박지성 본인이 어려움을 호소한 만큼 우리가 만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기존 선수들을 믿고 그 안에서 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했다.
결국 '원 팀'을 더 강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홍 감독은 동메달 신화를 달성했던 2012년 런던올림픽 때처럼 타팀에 뒤지는 전력을 강한 조직력으로 만회해야 한다. 박지성을 100% 대체하진 못하겠지만, 그에 준하는 대안도 있긴하다. 박주영(29·왓포드)이다. 그러나 아직 상황은 미묘하다. 3월 6일 그리스와의 평가전에서 박주영의 차출에 대한 질문에 물음표를 던졌다. 홍 감독은 "한 번 생각을 해봐야 한다. 다른 선수들 컨디션도 봐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박주영의 임대 이적 외에 말하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3월 그리스전은 브라질로 가기 전 마지막 친선경기다. 정예멤버로 본선 경쟁력을 평가해야 한다. 홍 감독은 "지금 전체적으로 지난 동계훈련과 현재 있는 모든 선수를 분류해야 한다. 월드컵 가기 전에 있는 마지막 평가전이기 때문이다. 그 평가전에서 최종적으로 모든 선수를 골라야 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역시 '원 팀' 논리가 적용된다. 홍 감독은 국내파와 해외파의 이분법적 논리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국내파나 해외파나 모두 대한민국 선수고, 해외파도 K-리그 출신이다. 지금 해외파와 국내파를 나누는 게 의미없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앞으로 팀을 만들어나가는 데 있어 중요한 부분이라 본다"고 전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