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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박지성 진솔한 대화, 대표팀 복귀 논란 마침표

기사입력 2014-02-16 16:44 | 최종수정 2014-02-17 07:10

홍명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박지성(33·PSV에인트호벤)의 대표팀 복귀론에 마침표가 찍혔다. 이젠 확실하게 미련을 버릴 수 있게 됐다.

홍명보 A대표팀 감독(45)과 박지성은 13일(이하 한국시각) 네덜란드 에인트호벤에서 만났다. 브라질-미국 전훈을 마친 뒤 미국에 머물다 유럽파 점검을 위해 출장길에 올랐던 홍 감독에게 박지성과의 만남도 중요한 스케즐 중 하나였다. 둘의 대화는 진솔했다. 홍 감독은 박지성에게 자신의 현역시절 경험을 어필했다. 서른 살 초반의 나이로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자신이 담당했던 역할을 설명했다. 마주 앉았던 박지성도 솔직했다. 대표팀에 복귀하지 않는 이유를 정확하게 전달했다.

홍 감독은 14일 귀국한 자리에서 "박지성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에 가지 않기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그는 "박지성과 만나 진솔하고 충분히 얘기를 나눴다. 내 생각과 박지성의 생각을 나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며 "고심 끝에 박지성의 결정을 존중하기로 했다. 본선 전까지 중요한 시간을 앞두고 일찌감치 결정을 내리게 돼 만족한다"고 말했다. 또 "내 선수시절 경험과 본인의 이야기 등 많은 부분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면서 "박지성의 무릎 상태가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 본인이 대표팀에 복귀하지 않기로 결정한 이유에 대해 진솔히 들을 수 있었다. 좋은 만남이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두 달간 설왕설래했다. 홍 감독은 1월 초 "'박지성 카드'를 버리지 않았다"고 폭탄 발언을 했다. 사전교감은 없었지만, 홍 감독의 발언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반면, 박지성은 수차례 "대표팀에 복귀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자선경기도 5월 말로 사실상 확정지으서 복귀 불가의 뜻을 확고히 했다. 꺼진 불씨는 결국 살아나지 않았다. 홍 감독도 애써 살려내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홍 감독은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마음"이라며 "내가 이제껏 생각하지 못했던 고민도 있었고, 여러가지 충분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이제 본선 전까지 박지성의 이름이 거론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도 희미한 희망이 피어올랐다. 홍명보호의 브라질월드컵 선전에 대한 박지성의 배려를 확인했다. 홍 감독은 "박지성 본인이 A대표팀 선수들과 경험을 나누고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을 이번 대화를 통해 느꼈다"고 전했다.

이제 홍 감독이 가야할 길은 하나다. 대표팀 경험 부족에 대한 우려의 시각을 정면돌파해야 한다. 홍 감독은 "여러 국가들이 본선 전 노장 선수를 복귀시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월드컵은 일반적인 무대와는 다르다. 경험이 그만큼 중요하다. 나도 늦은 나이에 월드컵을 경험했다"며 "안정감있는 선수의 존재는 중요하지만, 박지성 본인이 어려움을 호소한 만큼 우리가 만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기존 선수들을 믿고 그 안에서 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했다.

결국 '원 팀'을 더 강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홍 감독은 동메달 신화를 달성했던 2012년 런던올림픽 때처럼 타팀에 뒤지는 전력을 강한 조직력으로 만회해야 한다. 박지성을 100% 대체하진 못하겠지만, 그에 준하는 대안도 있긴하다. 박주영(29·왓포드)이다. 그러나 아직 상황은 미묘하다. 3월 6일 그리스와의 평가전에서 박주영의 차출에 대한 질문에 물음표를 던졌다. 홍 감독은 "한 번 생각을 해봐야 한다. 다른 선수들 컨디션도 봐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박주영의 임대 이적 외에 말하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3월 그리스전은 브라질로 가기 전 마지막 친선경기다. 정예멤버로 본선 경쟁력을 평가해야 한다. 홍 감독은 "지금 전체적으로 지난 동계훈련과 현재 있는 모든 선수를 분류해야 한다. 월드컵 가기 전에 있는 마지막 평가전이기 때문이다. 그 평가전에서 최종적으로 모든 선수를 골라야 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역시 '원 팀' 논리가 적용된다. 홍 감독은 국내파와 해외파의 이분법적 논리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국내파나 해외파나 모두 대한민국 선수고, 해외파도 K-리그 출신이다. 지금 해외파와 국내파를 나누는 게 의미없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앞으로 팀을 만들어나가는 데 있어 중요한 부분이라 본다"고 전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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