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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닮은꼴 인생' 김선민, 울산의 박지성을 꿈꾸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4-02-03 07:46


울산 김선민. 제주=김진회 기자

박지성(33·PSV에인트호벤)과 닮은꼴 인생이다.

박지성은 수원 세류초-화성 안용중-수원공고 시절 주목받지 못한 선수였다. 몸집이 작아 피지컬을 중요시 여기는 한국 지도자들의 눈을 사로잡지 못했다. 울산 현대의 신인 미드필더 김선민(23)도 그랬다. 박지성이 졸업한 학교에서 똑같이 공을 찬 김선민에 대한 평가는 한결 같았다. "볼은 잘 차는데 키가 너무 작다." 중학교 3학년 때 김선민의 키는 1m60에 불과했다. 김선민은 "처음에는 위축됐다. 중학교 때는 한계에 부딪히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수원공고 시절에도 박지성과 같은 경험을 했다. 김선민은 "고1 때 이학종 감독님께서 박지성 선배에게 그랬던 것처럼 3개월 동안 집에 가서 쉬다오라고 권유하시더라. 키가 커오라는 배려였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시련은 계속됐다. 오라는 대학교가 없었다. 역시 이유는 '작은 키'였다. 그런데 예원예술대에서 유일하게 러브콜이 왔다. 김선민은 "조 현 감독님께서 신체조건을 따지지 않고 기량만 보고 뽑아주셨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조 현 감독처럼 김선민의 기량에만 시선을 고정한 지도가가 또 있었다. 2010년 아시안게임대표팀을 이끌던 홍명보 감독과 2011년 20세 이하 대표팀을 이끌던 이광종 감독이었다. 김선민은 20세 이하 콜롬비아 청소년월드컵에 출전, 16강 진출에 일조했다. 인생역전의 시작이었다. 자신감이 상승했다. 그는 "이 때부터 '작아도 할 수 있다'라는 것을 느꼈다. 선배들은 아직도 놀리지만, 이제는 작은 키(1m67)가 무기가 됐다"며 웃었다.

2011년 일본 J2-리그 가이나레 돗토리에 입단한 김선민은 웨이트훈련에 매진했다.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그러나 이듬해 김선민의 축구인생에 짙은 어둠이 깔렸다. 왼발목 골절 부상으로 수술을 하고 후반기에 복귀했다. 그런데 에이전트와의 재계약 문제가 겹치면서 유럽 진출의 꿈은 고사하고 무적선수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하늘은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었다. 모교인 수원공고에서 후배들과 몸을 만들던 김선민은 은사인 유상수 코치의 부름을 받고 내셔널리그 울산현대미포조선에서 다시 선수 생활을 이어나갔다. 김선민은 챔피언결정전을 포함해 16경기 밖에 뛰지 않았지만 11골-3도움을 기록했다. 4개월 만에 내셔널리그를 평정했다. 김선민은 챔프전 최우수선수를 차지했다.

올시즌 진정한 프로 선수가 됐다. K-리그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전체 2순위로 울산 유니폼을 입게 됐다. 그는 '티키타카'를 통해 새로 거듭날 울산의 중원을 지휘하게 된다. 왕성한 활동력과 패싱력이 장점이다. 조민국 울산 감독은 "축구센스가 뛰어나다. 울산미포조선 시절부터 예의주시했던 선수였다"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김선민의 꿈은 소박하다. 키가 작은 선수들에게 '희망의 아이콘'이 되고 싶단다. 그는 "'키가 작은데 터프한 K-리그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냐'는 우려섞인 시선이 있다. 그러나 지켜봐달라. 작은 선수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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