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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33·PSV에인트호벤)과 닮은꼴 인생이다.
조 현 감독처럼 김선민의 기량에만 시선을 고정한 지도가가 또 있었다. 2010년 아시안게임대표팀을 이끌던 홍명보 감독과 2011년 20세 이하 대표팀을 이끌던 이광종 감독이었다. 김선민은 20세 이하 콜롬비아 청소년월드컵에 출전, 16강 진출에 일조했다. 인생역전의 시작이었다. 자신감이 상승했다. 그는 "이 때부터 '작아도 할 수 있다'라는 것을 느꼈다. 선배들은 아직도 놀리지만, 이제는 작은 키(1m67)가 무기가 됐다"며 웃었다.
2011년 일본 J2-리그 가이나레 돗토리에 입단한 김선민은 웨이트훈련에 매진했다.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그러나 이듬해 김선민의 축구인생에 짙은 어둠이 깔렸다. 왼발목 골절 부상으로 수술을 하고 후반기에 복귀했다. 그런데 에이전트와의 재계약 문제가 겹치면서 유럽 진출의 꿈은 고사하고 무적선수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하늘은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었다. 모교인 수원공고에서 후배들과 몸을 만들던 김선민은 은사인 유상수 코치의 부름을 받고 내셔널리그 울산현대미포조선에서 다시 선수 생활을 이어나갔다. 김선민은 챔피언결정전을 포함해 16경기 밖에 뛰지 않았지만 11골-3도움을 기록했다. 4개월 만에 내셔널리그를 평정했다. 김선민은 챔프전 최우수선수를 차지했다.
김선민의 꿈은 소박하다. 키가 작은 선수들에게 '희망의 아이콘'이 되고 싶단다. 그는 "'키가 작은데 터프한 K-리그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냐'는 우려섞인 시선이 있다. 그러나 지켜봐달라. 작은 선수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