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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첼시도 일본도 인정한 세계최고'지소연의 꿈★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4-01-28 07:34


◇2011년 여자 발롱도르 수상자인 일본 여자대표팀 사와 호마레와 지소연은 고베 아이낙에서 3년간 한솥밥을 먹었다. 사와는 지소연을 '축구천재'라고 했다. 발롱도르 5연패에 빛나는 '여자펠레' 마르타보다 낫다고 극찬했다. 여자 발롱도르의 꿈이 현실이 될 그날을 기다린다.

"소연, 내 생각엔 마르타보다 네가 더 잘하는 것같아."

2011년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발롱도르 수상자인 '일본 축구영웅' 사와 호마레(고베 아이낙)는 동료 지소연(23·첼시레이디스)에게 이렇게 말했다. 1978년생 사와 호마레는 2011년 일본이 여자월드컵에서 우승한 직후 발롱도르를 수상했다. 서른여섯의 나이가 무색하게 여자축구대표팀의 중심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브라질 여자축구 에이스 마르타는 '여자 펠레'로 통한다. 2006~2010년, 5년 연속 발롱도르를 수상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후보에 올랐다. '그 위대한 마르타보다 지소연이 낫다'는 발롱도르 수상자 '사와언니'의 칭찬은 진심이었다. 지소연은 "눈물이 날 것같았다"고 했다. 3년간 지소연과 동고동락한 세계 정상 일본 에이스들이 '지메시' 지소연을 인정했다. 지난 24일 영국 비자를 받아든 지소연의 표정엔 설렘이 가득했다. 25일 대한축구협회(KFA)가 선정하는 올해의 여자선수상을 3년 연속 수상했다. 수상소감에서 '발롱도르의 꿈'을 말한 건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꿈을 향해 28일 오후 첼시행 비행기에 오른다.


◇지난 2012년 고베 아이낙은 스페인 전지훈련에서 바르셀로나 구단을 방문했다. 지소연은 좋아하는 바르셀로나 미드필더 이니에스타와 나란히 사진을 찍었다.

◇리오넬 메시와 '지메시 ' 지소연이 함께 했다. 2012년 스페인 전훈기간 바르셀로나 구단을 방문한 고베 아이낙 선수들과 메시의 단체사진.
지소연은 마음 먹으면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골잡이다. 드리블과 킥, 턴 등 기술력은 물론 축구지능, 체력을 두루 갖췄다. 원톱, 섀도스트라이커, 공격형 미드필더를 두루 소화하는 멀티플레이어다. 플레이메이커로서, 쉴새없이 그라운드를 오르내리며 경기를 지배한다. 지소연은 "고베에서 매경기 12km를 뛰었다"고 했다. 팀내 1~2위를 다퉜다. 박지성 구자철 등 '왕체력' 남자선수들과 맞먹는다. 2011년 고베 아이낙에 진출 3년간 리그 48경기에서 21골을 넣었고, 2012~2013년 2년 연속 리그 베스트11에 선정됐으며, 2011~2013년까지 3년간 국제클럽선수권에서 MVP로 선정됐다. 2013년엔 고베 아이낙 최초의 4관왕(정규리그, 컵대회, 클럽선수권, 일왕후배) 위업을 달성했다. 그야말로 '폭풍적응'이었다.



지소연은 일본에서의 안정된 삶 대신 유럽 무대를 향한 도전을 택했다. 마침 영국 여자축구 첼시 레이디스가 그녀를 강력하게 원했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선수로 도약하기 위한 야심찬 '첫단추'다. 2년전부터 지소연을 눈독 들여온 엠마 헤이스 첼시 감독은 "나는 지소연이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모든 것을 갖췄다. 우리팀과도 훌륭하게 맞아들어갈 선수다. 첼시 유니폼을 입고 큰 성공을 이룰 거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지소연의 눈은 이미 세계를 향하고 있다. 바르셀로나, 메시와 이니에스타의 열렬한 팬이다. 2012년 스페인 전지훈련때 바르셀로나 구단에 들러 함께 사진도 찍었다. 일본에서 밥먹을 때마다 습관처럼 바르셀로나의 경기를 틀어놓았었다. 최근엔 프랭크 리베리(바이에른 뮌헨)에 꽂혀 있다. "그라운드에서 투사처럼 치열하고 저돌적인 플레이가 정말 좋다"고 했다. 평소 잘 웃고 장난기 가득한 그녀 역시 그라운드에만 들어서면 투사가 된다. 지고는 못사는 승부사, 못말리는 독종이다. 한일전에선 절친 '사와언니' '나호언니'(가와스미 나호미)와 눈 한번 마주치지 않는다. "섭섭해도 할 수 없어요. 경기는 경기이고, 무조건 이겨야 하니까."



지소연은 한국 여자축구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자주 이야기한다. 눈물을 글썽일 만큼 절실하다. 일본에서 여자축구 인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사와 언니'는 BMW, 코카콜라, 아디다스, 스포츠음료 등의 모델이다. 룸메이트 '나호 언니'는 도요타, 훼밀리마트, 아사히주스, 화장품 등의 CF에 나온다. '한국 여자축구 최고스타' 지소연의 현실은 미안하고 속상하다. 축구화 등 변변한 용품 후원사도 없다. 2010년 한국 여자축구가 '반짝'했을 때 스폰서를 자청했던 이들이 어느날 흔적도 없이 사라져갔다. 그럴 때마다 이를 악문다. 지소연은 의연했다. "돈보다는 명예"라고 말했다. "최고의 플레이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사와 언니처럼 최대한 오래 뛰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장차 여자축구 행정가로 일하고 싶은 꿈도 있다. 유창한 일본어를 구사하는 지소연은 "영국에서 오직 축구와 영어에만 집중할 계획"이다. "제가 잘돼야 저를 보고 여자축구를 더 많이 시키지 않겠어요? 그래야 한국 여자축구가 발전할 테니까요"라고 말했다. "발롱도르도 꼭 타고 싶어요. 후배들의 롤모델이 되고 싶어요."

올해 발롱도르 시상식에 초대받은 사와 호마레는 지소연에게 호날두, 메시, 리베리와 함께 찍은 '인증샷'을 스마트폰으로 보내왔다. '지메시'의 꿈을 응원했다. "첼시에서도 잘할 거라 믿어. 소연은 '내가 인정한 선수'니까."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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