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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재탈환' 아스널, 어떻게 빌라를 요리했나.

박아람 기자

기사입력 2014-01-14 09:43


ⓒ 아스널 공식 페이스북 캡처

점입가경(漸入佳境). 1위 자리를 뺏고 빼앗기는 형세가 갈수록 재미를 더한다. 아스널이 14일 새벽(한국시각) 영국 버밍엄의 빌라파크에서 열린 2013-14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1라운드에서 애스턴 빌라(이하 빌라)를 1-2로 무너뜨렸다. 승점 48점을 기록한 이들은 맨체스터 시티와 첼시를 아래로 한 단계씩 밀어내고 왕좌를 재탈환했다.

선발 라인업의 뚜껑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눈길이 간 건 빌라가 제시한 '플랫 3' 카드. 클락-베이커-블라르를 내세운 이 시스템으로는 거함 맨시티를 침몰시킨 전례도 있었다. 이 좋은 추억을 재현하려던 빌라는 사실상 볼 점유율을 포기한 형태를 보였다. 좌우 윙백 루나와 로턴이 아래로 내려와 플랫 5의 모습을 띠었고, 중원에 배치된 세 명의 미드필더까지 수비벽을 둘러쌌다. 가장 최근의 리그 경기인 선덜랜드전에서 중원이 내려앉아 상대 공격 숫자에 비해 잉여 자원이 생겼던 것보다도 견고했다.

70%대의 높은 점유율을 유지했으나, 상대를 뚫기 어려웠던 아스널은 측면 크로스를 몇 차례 시도하며 응수했다. 하지만 빌라의 탄탄함도 잠시, 전반 15분 만에 돌발 변수가 발생한다. 나브리의 슈팅에 맞은 베이커가 쓰러졌고, 빌라는 측면 자원 바쿠나를 교체 투입하며 종전의 폼으로 회귀해야 했다. 플랫 4가 메인 시스템이긴 해도, 아스널전 맞춤형으로 준비한 전술이 예기치 않게 급변했을 때에는 흔들릴 우려도 있었다. 이후 빌라의 양 풀백이 상대를 강하게 몰아냈고 윙어가 착실히 수비에 가담했으나, 결국 아스널의 '빌라 요리법'은 이 부분에서 기인했다.


패스미스를 남발하던 지루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부상으로 빠진 월콧의 빠른 발로 측면을 흔들 수도 없었다. 더욱이 빌라가 미드필더-수비 라인 사이의 공간을 인해전술로 메우며 틈도 거의 나지 않았다. 또, 아그본라허-벤테케의 투톱까지 촘촘히 붙어 후방에서의 전진 패스를 방해했다. 중앙에 몰린 수비를 측면으로 분산시킬 필요가 있었지만, 순수 측면보다는 중앙 지향적인 카솔라-외질-나브리의 2선은 빌라를 무너뜨리는 데 썩 좋은 도구는 아니었다. 다행히 이들이 아래로 내려와 볼 배급을 돕는 동안 좌우 풀백 몬레알과 사냐가 싱싱한 폼을 보였고, 중앙에 비해 빠른 공격 템포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는 상대의 치명적인 약점과 맞물려 엄청난 시너지를 낸다. 빌라는 그동안의 플랫 4 체제에서 측면을 넓게 벌려 공격하는 팀을 상대로 충실한 수비를 보여줬다. 다만 측면 수비와 미드필더가 옆줄 가까이로 몰릴 때, 중앙을 커버해야 할 미드필더의 위치 선정이 문제를 일으키곤 했다. 이는 곧 측면 수비와 중앙 수비 사이의 균열을 초래했고, 종적인 침투를 강행하는 상대에게는 더없이 좋은 먹잇감이 됐다. 플랫 3에서 윙백과 중앙 미드필더까지 내려와 5~6명씩 수비진을 구성했던 것과 달리 공간이 생기기 시작하자 아스널은 비로소 패스의 길목을 찾았다.

전반 34분 터진 윌셔의 선제골도 이 루트를 철저히 활용했다. 외질과 원투패스를 주고받은 몬레알은 로턴과 블라르의 사이 공간을 찔렀다. 시야가 측면으로 쏠린 상황에서 지루까지 나서 상대를 교란했고, 벽이 얇아진 진영으로 향하던 윌셔가 패스를 받아 슈팅으로 연결했다. 이 과정에서 아흐메디-웨스트우드와 루나가 통제력을 잃었던 것이 아쉬웠음은 물론. 1분 뒤에는 델프의 볼 터치 실수가 나왔고, 이를 고스란히 떠먹은 지루의 추가골에 빌라는 넉다운됐다.<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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