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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전(리그)-스완지전(FA컵)-선덜랜드전(리그컵)까지. 신년맞이 '패배 종합선물세트'를 떠안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겨우 한숨 돌렸다. 12일 새벽(한국시각)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13-14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 21라운드에서 스완지시티와 격돌한 이들은 2-0 승리로 3연패를 끊었다. 하지만 최근의 경기력을 두루 살펴봤을 때, 만족을 논할 단계는 분명 아니다.
이럴 경우 페널티박스 1~20m 앞 지점까지 도달해도 그 공간은 이미 상대 수비가 득실한 레드오션이었다. 수비 벽을 허물 창조성, 골키퍼를 농락할 슈팅 능력을 갖춘 자원이 없자, 사실상 찬스 메이킹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멈춰 서 볼을 받는 장면이 허다했고, 볼 잡은 동료를 돕기 위한 움직임도 턱없이 부족했다. 에브라(뷔트너)와 스몰링(하파엘)이 좌우에서 직선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공간을 벌리고, 야누자이, 카가와, 발렌시아 등이 중앙으로 좁혀 들어왔으나, 톱니바퀴가 맞아 들어간 연계는 손에 꼽을 정도. 상대 진영에서의 고립은 일상이 됐다.
공격진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슈팅으로 마무리 짓지 못한 공격에 미드필더-수비 라인은 다시 후퇴하며 체력적으로 힘든 경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 그림에서 수비 대형과 분리된 공격진은 3연패 중 헌납한 6실점의 시발점이었다. 앞선에서 필드 플레이어 간의 거리를 좁혀 상대가 빠져들 만한 덫을 놨다면 볼이 그리 쉽게 들어오지는 못했을 터. 1선이 견제해야 할 상대의 빌드업을 클레버리, 캐릭, 플레쳐의 2선이 무리하게 막다 보니 밸런스는 기울기 일쑤였다(주말 스완지전은 높은 선에서부터 파울을 각오하며 압박에 나선 게 어느 정도 주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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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페널티박스 내에서의 집중력 저하는 치명적이었다. 특히 측면에서 들어오는 공중볼에 대한 대처가 최악. 박스 내로 들어오는 크로스의 궤적이 그리 까다롭지 않았고, 수비진 사이로 교묘히 떨어져 역할 분담이 지나치게 어려운 상황도 아니었다. 상대 공격수의 타점을 방해할 사람이 뻔히 정해져 있었음에도 낙하지점을 미리 파악하지 못했고, 공간의 선점을 내준 건 큰 타격으로 이어졌다.
이번 주말엔 첼시다. "맨유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시즌 막판까지 4위 경쟁을 벌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무리뉴. 1992년 EPL 출범 이래 최하 순위가 3위였던 맨유는 이제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위해 싸우고 있다. 퍼거슨의 '27년 잔상'이 더욱 선명해지는 요즘, 새해 첫 승을 거둔 이들이 가야 할 길은 멀고도 험하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