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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근 수원 수석코치가 팀 내 등반왕이 됐다. 가장 먼저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뿌듯함 대신 민망함만 남았다.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선수단은 수백m 떨어진 곳에 모여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홀로 정상정복이었다.
'죽어나는 쪽'은 코칭스태프와 지원 스태프들이었다. 숨을 헐떡이며 사력을 다했다. 그래도 현역 선수들을 따라갈 수 없었다. 선수들보다 30분 정도 늦게 하나둘씩 올라갔다. 선수들은 뒤따라 올라오는 코칭스태프와 지원 스태프들을 향해 파이팅을 외치며 격려했다.
그런데 유독 이 코치의 모습만 없었다. 올 때가 한창 지나자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저 멀리서 "수원"이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맞은편 봉우리에 홀로 이 코치가 멍하니 서있었다. 선수단 모두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했다. 10여분 후 이 코치는 숨을 헐떡이며 보리암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코치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홀로 뒤처진 이 코치는 빨리 따라잡아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서둘렀다. 그런데 올라가는데도 수원 선수단이 보이지 않더란다. 뭔가 이상했지만 올라가는 수 밖에 없었다. 정상에 서자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보고 싶었던 선수단은 맞은편 봉우리에 있었다. 길을 잘못 든 것도 모른 채 정상까지 올라간 것이었다. 이 코치의 설명에 선수단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제자리를 찾아온 이 코치에게 박수를 보내주었다. 모두 도착한 수원 선수단은 금산 보리암에서 2014년 선전을 다짐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