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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시티 '5연승 공든 탑'은 과연 탄탄한가

임기태 기자

기사입력 2014-01-03 14:05


맨체스터시티 공식 페이스북 캡처

이렇게 뜨거울 수가. 막 반환점을 돈 2013-14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 20라운드 현재 57골을 퍼부었다. 어디 그뿐인가. UEFA 챔피언스리그 D조에서는 6라운드까지 18골을 몰아쳤다. 26경기에서 75골, 경기당 득점률은 3골에 가깝다. 만만한 팀을 편애하지도 않았다. 아스널에도, 토트넘에도 각각 6골씩 인심 좋게 베풀며 'Six and the city'라는 닉네임까지 얻었다. EPL 4라운드 스토크시티전(0-0 무), 11라운드 선덜랜드전(1-0 패), 단 두 경기를 제외하고선 어김없이 골 파티의 풍악을 울렸다.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의 화력은 1일 밤(한국 시각) 영국 웨일즈 리버티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스완지 시티와의 원정 경기에서도 계속됐다. 전반 14분 페르난지뉴가 터뜨린 선제골을 시작으로 후반 13분에는 야야 투레가 추가골을, 후반 21분에는 콜라로프가 쐐기골을 뽑아내 2-3 승리를 일궜다. '원정 울렁증'도 옛말. 맨시티는 리그 5연승을 내달렸고, 시즌 초반 중위권에서 헤매던 순위는 우승을 노릴 만큼 가파르게 상승했다. 적어도 공격력 면에서는 리그 내 적수가 없다.

야야 투레-페르난지뉴의 지원을 받은 공격은 더없이 역동적이었다. 측면에 배치된 나스리가 안쪽으로 들어와 플레이메이킹에 나섰고, 스피드에 엄청난 강점을 보이는 나바스는 종적인 침투뿐 아니라 횡적인 공격에도 눈을 떴다. 그러는 동안 사발레타는 오른쪽 측면 깊숙이 전진하며 리그 탑 풀백다운 모습을 뽐냈고, 네그레도는 폭넓은 움직임으로 활력을 가져왔다. 여기에 실바까지 가세해 창조성을 불어넣을 맨시티를 어떻게 감당할까 싶다. 하지만 이토록 화끈하게 쌓아온 '공든 탑'에도 균열이 우려되는 부분은 존재한다.


맨시티의 가장 큰 약점은 '수비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었다. 수비적으로 충실한 공격 자원을 보유한 이들은 앞으로 라인을 끌어 올린 상태에서의 전방 압박도, 라인을 내려 기본 수비 대형을 갖추고 시도하는 수비 작업도 무난히 해냈다. 다만 상대가 템포를 올려 나올 때, 앞선에서의 1차 저지선이 뚫린 이후가 문제다. 4-4-2와 4-2-3-1을 병행해 온 시스템에서 공격 형태가 중앙에 다소 몰린 맨시티는 2선에서 씨실과 날실을 촘촘히 엮은 듯한 압박을 해내지 못했다. 아래위로 바삐 움직이던 수비 라인이 균형을 잃은 것도 당연지사(빨간색으로 표기).? 최근 무실점 경기가 적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눈에 띄게 줄어든 야야 투레의 활동 범위부터 짚어볼 일이다. 번뜩이는 센스를 비롯해 공격적인 재능은 살아 있으나, 상대를 예측하는 수비 포지셔닝이나 적극성에서는 아쉬움이 흘러나온다. 그간 페르난지뉴가 여기저기 나타나 적절히 잘라내고, 콤파니나 데미첼리스가 부지런히 전진해 그 틈을 최소화했으나, 걱정은 여전하다. 하비 가르시아나 잭 로드웰이 기대만큼 로테이션에 가담하지 못하며 야야 투레의 체력적인 부담은 극에 달했고, 중하위권 팀과의 경기에서 팀 전체가 처지는 멘탈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 측면을 위한 수비 지원까지 기대하는 건 사치였을지도 모른다.

스완지전에서 곤혹스러워했던 부분도 이 지점이다. 페널티박스 바로 앞에서 나온 보니의 슈팅을 너무 쉽게 내준 것도 이러한 맥락. 만약 존조 셸비보다 강력한 공격형 미드필더를 보유한 팀과 맞붙었다면 맨시티는 훨씬 더 어려운 경기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 공간을 선점하지 못하고, 추격하는 상황에서 무리한 마킹을 하다 보니 뒤에서 낚아채거나 백태클을 시도하는 장면이 나왔고, 위험 진영에서의 파울은 늘어났다. 그렇다고 ?중앙 수비가 전진하며 커팅하는 플레이에만 의존할 수도 없다. 뒷공간을 내주고 전진하는 만큼 타이밍이 조금이라도 엇나가 상대에게 벗겨진다면 골키퍼와의 일대일 찬스를 내주는 것도 각오해야 한다.

당분간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블랙번(FA컵), 웨스트햄(리그컵 1차전), 뉴캐슬, 카디프, 웨스트햄(리그컵 2차전) 정도면 맨시티가 오랜 시간 공격을 끌어갈 만큼 뒤로 물러날 시간은 줄어든다. 하지만 2월 초 첼시를 거쳐, 중순에 챔스 16강에서 바르셀로나를 만났을 때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D조 1차전 뮌헨전에서 해당 진영이 갈기갈기 찢겨나가며 겪은 참사가 또다시 반복될 수도 있다. EPL에서의 우승과 챔스에서의 비상을 위해서는 반드시 되짚어볼 부분. 재미있는 경기는 화끈한 공격만으로도 가능하지만, 승리와 우승은 탄탄한 수비 없이는 불가능하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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