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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민프로축구단, 시민은 없고 시청만 있다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3-12-16 07:40


김범일 대구시장. 스포츠조선DB

'대구시민과 함께하고 대구시민을 행복하게 하는 대구FC를 만들어가겠습니다.'

김범일 대구 시장이 대구FC 홈페이지에서 밝힌 인사말이다. 대구FC의 주인은 대구시민임을 인정했다. 이 때문에 대구FC의 공식 명칭도 대구시민프로축구단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대구FC의 주인은 대구시민이 아닌 김범일 대구 시장과 대구시인것 같다. 최근 대구FC를 놓고 보여주는 일들이 딱 그모양이다.

대구시는 그동안 대구FC와 불편한 관계였다. 대구시는 담당 실무자가 바뀔때마다 대구FC에 각종 자료를 올리라면서 들들 볶았다. 부정적인 이슈만 터져도 대구FC 프런트들을 닥달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자 김재하 대구 사장은 8월 사퇴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중재에 나서 사건은 김 사장의 잔류로 일단락됐지만 씁쓸함을 남겼다.

결국 고름은 터졌다. 대구FC의 K-리그 챌린지 강등이 확정되자 대구시는 사정의 칼날을 휘둘렀다. 12일 열린 대구FC 제52차 이사회에서 김재하 대표이사 및 이사진 9명 전원의 사임을 결정했다. 몇몇 이사들이 '강등 사태에 책임을 져서 일괄 사퇴하고 재신임을 받자'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사장은 물론 구단 업무를 총괄하는 석광재 사무국장도 사표를 냈다.

문제는 그 뒤다.이사회는 대구FC 팀장급들에게도 사퇴도 권고했다. 이에 따라 주찬용 운영팀장, 편영호 경영지원팀장, 김현희 홍보마케팅팀장 등 대구 실무를 책임지는 사람들이 모두 물러나게 됐다. 이들은 대구FC를 실질적으로 이끌었던 사람들이다. 대구FC는 올 시즌 성적만 빼고는 많은 것을 이루어냈다. 팬 확보에 심혈을 기울였다. 선수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지역을 찾았다. 학교에 가서 배식 봉사와 체육 수업을 가졌다. 대구FC의 경기당 평균 관중수는 2010년 4539명, 2011년 6344명, 2012년 7568명으로 계속 증가했다. 올 시즌은 평균 6855명으로 다소 떨어졌지만 그 폭은 크지 않다. K-리그 챌린지로 강등된 3개팀 가운데 가장 많은 관중이었다.

대구FC의 노력은 대외적으로도 인정받았다. 대구FC는 프로축구연맹이 총 3차례 시상한 프렌들리 클럽상을 1번 받았다. 프렌들리 클럽상 시즌 종합평가에서도 14개팀 중 2위에 올랐다. 3일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는 사회공헌을 가장 많이한 구단에 주는 '사랑 나눔상'도 받았다.

외부적으로 인정받은 사람들이 대구시와 몇몇 이사들의 '화풀이 대상'으로 하루아침에 목이 잘리고 만 것이다. 덕분에 대구FC의 행정은 순식간에 '식물인간' 상태가 되고 말았다.

기묘한 이야기도 들린다. 대구FC 이사회는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열어 감독 선임 및 구단 운영진 개편, 장기계획 수립 등을 논의할예정이다. 비대위가 다룰 안건중에 하나가 백종철 전감독 유임안이라는 소문이다. 백 감독은 11월30일 강등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상태다. 이사진과 프런트들이 짐을 싼 상황에서 백 감독의 복귀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 여기에 대구 축구계에서 큰 힘을 내고 있는 모 고교 라인이 백 감독 복귀를 위해 대구시와 정계에 줄을 대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K-리그 챌린지로 내려간 대구FC의 최대 현안은 구단 정상화와 클래식 복귀다. 지금은 힘을 합쳐야 할 때다. 하지만 현재 일들만 놓고 보면 대구FC는 '대구시민'프로축구단이 아닌 '대구시청'프로축구단인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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