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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두경기에 승부수를 띄우겠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이 터닝포인트였다. 사상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역사가 시작됐다. 홍명보 A대표팀 감독(44)은 곧 대한민국 월드컵이다. 이탈리아 대회를 필두로 4회 연속 월드컵 무대에 섰다. 월드컵은 늘 두려운 벽이었다. 긴장감과 압박감에 시달렸다. 현역 시절 마지막 무대였던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반전에 성공했다. 주장 완장을 찬 그는 조별리그와 16강전을 넘어 스페인과의 8강전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키커로 나섰다. 4-3. 그의 발을 떠난 볼이 골망을 출렁였다. 세계가 놀랐다. 월드컵 4강이었다. 그의 백만달러짜리 미소에 대한민국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24년이 흘렀다. 어느덧 스타 플레이어에서 명장으로 우뚝섰다. 그는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 사상 첫 축구 동메달 신화로 이름값을 했다. 이제는 월드컵이다. 코치로 참가한 2006년 독일월드컵(조별리그 탈락)을 포함해 생애 6번째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향한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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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조'는 피했다. 이쯤되면 '최상의 조'다. 홍 감독의 바람대로 됐다. 홍 감독은 이동거리, 현지 여건 등을 고려, 유럽 두 팀과 함께 했으면 하는 희망을 피력했다. 개최 대륙인 남미를 피했다. 유럽 두 팀과 함께한다. 유럽 중에서도 절대 강자가 아니다. 충분히 해볼만 한 상대다. 알제리는 복병이지만 아프리카에서도 최약체로 꼽힌다.
홍 감독은 담담했다. 웃을 순 없었다. 웃어도 안된다. 진검승부는 이제 막을 올렸을 뿐이다. 그는 "국내 팬들에게는 익숙지 않은 이름이겠지만 벨기에는 내년에 더 강해질 팀이다. 러시아는 피지컬과 기술이 모두 좋은데다 유럽예선을 조 1위로 통과한 팀이다. 알제리도 저력이 있다. 3팀 모두 강팀이라고 생각한다"며 "월드컵에서는 쉬운 조가 없다. 상대도 마찬가지겠지만 편한 조라는 생각을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내가 경험한 바로는 월드컵은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부족한 부분을 찾아 잘 준비하겠다"고 했다.
8일 첫 발을 내디뎠다. 결전지를 찾았다. 브라질 남부 히우그란지두술주 포르투알레그레에 위치한 에스타디오 베이라-리우를 찾았다. 알제리와의 2차전이 열리는 무대다. '강가에 있는 경기장'이라는 뜻으로 구아이바 강가에 있다. 1969년에 완공된 이 경기장은 월드컵을 대비해 개보수 공사에 들어갔다. 현재 관중석 등 일부 시설 공사가 계속되고 있다. 수용 규모는 5만1300명이다.
홍 감독의 감회는 특별했다. "만들어져가는 경기장의 모습이 마치 우리 팀을 연상시킨다. 우리 팀도 지금 완벽하지 않지만 남은 기간 잘 만들어서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도록 노력하겠다." 알제리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상대다. 홍 감독의 머릿속도 동색이었다. 그는 "조별리그 세 경기 가운데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경기다. 물론 매 경기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되지만 전략적으로 볼 때 첫 두 경기에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고 했다.
홍명보와 브라질월드컵, 처절한 싸움이 시작됐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