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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은 현역시절 한국 축구의 얼굴이었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뒤 편안함을 얻었다. 과거보다는 현재, 미래가 중요한 게 지금의 황선홍이다. 클래식 정점에 선 울산전을 앞두고도 마찬가지였다. "매 경기를 결승처럼 치르다보니 이제는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이기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축구가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지 않은가. 후회없이 한다는 생각 뿐이다."
올 시즌 포항의 순항을 점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외국인 선수가 없는 스쿼드는 빈약해 보이기만 했다. 전력보강마저 없는 포항이 '명가'의 타이틀을 지키기도 힘들 것이라는 말이 무성했다. 황 감독은 그저 자신이 정한 길을 걸을 뿐이었다. 매 경기 상대 분석에 열을 올렸다. 이제는 트레이드 마크가 된 수첩도 경기 때마다 빠지지 않았다. 히든카드는 '자존심'이었다. 선수들에게 명가 포항의 일원임을 강조하면서 신뢰와 자신감을 증명했다. 톱니바퀴 돌아가듯 연결되는 패스와 어디서 터질 지 모르는 공격은 노력의 산물이었다.
지난 2월 터키 안탈리아 전지훈련 당시 황 감독은 2013년을 도전의 해로 명명했다. 지난해 전반기 추락의 고비를 넘기고 후반기 패스축구로 바람몰이를 했지만, 자신이 지향하는 축구에 다가서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최악의 상황 속에서 준비한 올 시즌은 그래서 더욱 특별했다. 다들 꿈에 불과하다고 했던 더블(리그-FA컵 우승)로 마무리를 하면서 노력은 보상을 받았다. 황선홍은 이제 K-리그의 얼굴이 됐다.
울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