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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선수들도 잘했지만 기용이가 잘해줘서 이겼다."
수원 역시 '국대 골키퍼' 정성룡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백업 골키퍼 양동원이 나섰다. 그래도 수원은 사정이 좀 나았다. 2005년 대전에 입단한 양동원은 프로 8년차다. 2006년까지 최은성(전북)에게 밀려 1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2011년 백업 골키퍼로 수원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 9월 11일 부산과의 홈경기에 선발출전해 승리를 이끌었다. 16개의 슈팅을 막아냈다.
위기는 기회다. 천금의 기회를 잡은 백업 수문장들의 기싸움은 팽팽했다. 최근 3경기에서 잇달아 1대2로 패한 수원은 절실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위해선 서울과의 4위 다툼에서 승리해야 한다. 4위 서울이 승점 4점차로 앞선 상황, 부산전을 앞둔 서정원 수원 감독은 "남은 4경기는 매경기가 결승전"이라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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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골키퍼 양동원 역시 선방쇼를 펼쳤다. 3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부산 양동현의 발끝은 날카로웠다. 부산은 총 14개의 슈팅을 날렸다. 후반에만 9개의 슈팅이 집중됐다. 이중 7개가 유효슈팅이었다. 파상공세를 온몸으로 버텨냈다. 그러나 결국 후반 37분 한지호의 슈팅 후 흘러나온 세컨드볼을 노린 임상혐에게 일격을 당했다. 한끗차가 승부를 갈랐다. 부산이 2연승을 달렸다. 수원은 4연패에 빠졌다.
경기후 김기용은 한껏 상기된 표정이었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1년간 열심히 준비했고 이날만 별러왔다.'내일은 없다'는 생각으로 나섰다. 90분간 내 모든 걸 쏟아 어떻게든 막아내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했다. "형들이 도와주고 운이 좋아서 승리를 가져가게 됐다"며 활짝 웃었다.
김기용은 '강심장'이다. 웬만해선 떨거나 쫄지 않는다. "수원전에 투입된다는 사실을 알고 17일만 기다렸다. 긴장을 안하는 스타일이라 마냥 설레기만 했다"고 했다. "그라운드에서 팬들의 환호성이 쏟아지자 소름이 끼쳤다. 절대 이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했다. 전반 초반 산토스의 헤딩슛과 오른발 슈팅을 잇달아 막아냈다. "헤딩땐 큰일났다 싶었다. 두번째 슈팅은 몸으로 무조건 막아냈다"며 데뷔전의 아찔한 추억을 떠올렸다. 장훈고 직속 선배 임상협이 결승골로 후배의 데뷔전 승리를 도왔다. "평소에도 잘 챙겨주는 형이다. 엔트리로 나설 때면 '내가 이기게 해줄게'라는 말을 자주 했었다. 오늘 상협이형이 도와준 것같다"며 같한 고마움을 전했다. 라커룸은 난리가 났다. "데뷔전에서 수원같은 강팀에 무실점 승리라니" "정말 축하한다"는 선배들의 축하인사가 이어졌다.
부산은 차세대 골키퍼들의 천국이 됐다. A대표팀 골키퍼 이범영, 20세 이하 대표팀 주전 골키퍼 이창근에 '넘버3 골키퍼' 김기용이 가세했다. 윤 감독은 "머리가 복잡해졌다"고 했다. "언론에서 범영이, 창근이만 이야기하는데,이제 기용이까지 끼워놔도 무방할 것같다." 무뚝뚝한 윤 감독의 입에서 흘러나온 최고의 찬사였다.
부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