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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의 세상, 이청용-기성용에게 걸린 월드컵 리허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3-11-14 16:27 | 최종수정 2013-11-15 08:13



전술 훈련에선 시시각각 얼굴이 바뀐다.

예외가 있다. 단 두 자리는 변함이 없다. 오른쪽 날개와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의 한 자리다. 날개에는 이청용(25·볼턴), 중앙에는 기성용(24·선덜랜드)이 포진해 있다. 이견이 없는 에이스다.

홍명보호가 1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위 스위스(한국 56위)와 평가전을 치른다. 국내에서 열리는 올해 마지막 A매치다. 스위스는 더 이상 유럽 축구의 변방이 아니다. 브라질월드컵 유럽지역예선 E조에서 7승3무를 기록, 조 1위로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세계 정상급의 FIFA 랭킹으로 월드컵 톱시드에 배정되는 기쁨도 누렸다.

한국과는 악연이 있다. 2006년 6월 23일, 독일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이었다. 아드보카트호는 1승1무로 16강 진출 꿈에 부풀었지만 스위스에 0대2로 패하며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당시 홍 감독은 코치로 아드보카트 감독을 보좌했다.

7년 만에 성사된 리턴매치, 시대가 달라졌다. 스위스 축구는 일취월장했고, 한국도 완전히 다른 팀으로 탈바꿈했다. 그 중심에 '쌍용'이 있다. 4년 전 남아공에서 월드컵을 첫 경험한 이청용과 기성용은 내년 브라질월드컵에서 홍명보호 전술의 핵이다.

지난달 먼 길을 돌아 제자리를 잡았다. 기성용이 SNS 논란으로 한동안 잊혀졌다. 절친인 이청용도 아팠다. 친구의 A대표팀 복귀를 바라고 또 바랐다. 지난달 12일 브라질전(0대2 패)에서 다시 뭉쳤다. 기성용은 브라질전 단 한 경기로 논란을 잠재웠다. 플레이 하나, 하나에 자신감이 흘렀다. 패스의 클래스도 달랐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기록한 '90%'가 넘는 패스 성공률은 단순한 수치가 아니었다. 정확한 패스가 중원을 가로 질렀다. 좌우 측면으로 열어주는 롱패스는 한국 공격의 시발점이었다. 수세시에는 거친 수비로 맥을 끊었다. 역시 기성용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사흘 후 열린 말리전(3대1 승)은 브라질전에서 주춤했던 이청용의 원맨쇼였다. 발재간, 스피드, 수비를 허무는 영리한 몸놀림 삼박자에 상대 수비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후반에는 '특급 도우미'로 변신했다. 후반 1분에는 왼발 칩 패스로, 11분 뒤에는 말리 수비수 3명을 뚫고 페널티박스까지 진입한 뒤 볼을 연결했다. 손흥민과 김보경이 각각 골로 마무리지었다.

홍 감독도 '쌍용'에게는 신뢰로 가득하다. 이청용은 또 다른 날개도 달았다. 홍 감독은 스위스와 러시아(19일·두바이)와의 평가전에 이청용을 새로운 캡틴으로 선임했다. 이청용이 주장 완장을 찬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선수들 사이에서 신망이 두텁다. '미스터 쓴소리'로 불릴 정도로 선수들의 의견을 가감없이 전달한다. 기량도 두 말할 필요가 없는 붙박이 주전이다. 주장으로 손색이 없다.


이청용은 "축구를 하면서 처음으로 대표팀 주장을 하게 돼 영광이다. 최선을 다하겠다. 스위스, 러시아전 모두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의미있는 경기가 될 것이다. 올해 한국에서 열리는 마지막 A매치인만큼 좋은 경기력을 보이겠다"며 "어린 팀이고 발전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세계적인 선수들에 비해 경험, 능력이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더 좋은 팀으로 거듭날 수 있다. 경기장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으니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는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기성용의 마음가짐도 사뭇 다르다. SNS 논란으로 야기된 팬들의 상처를 잊지 않고 있다. 그는 "스위스는 현실적으로 우리보다 강한 팀이다. 유럽 예선을 1위로 통과했다는 부분 만으로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대표팀 소집 기간이 적은 만큼 팀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스위스전은 월드컵에 대비한 리허설이다. 본선은 7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그라운드의 리더는 '쌍용'이다. 올해 A매치의 화려한 피날레가 이청용과 기성용의 활약에 달렸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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