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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수 감독의 진한 아쉬움, 하지만 행복한 도전이었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3-11-10 15:44


9일 중국 광저우 텐허스타디움에서 열린 2013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FC 서울과 광저우 에버그란데 FC 경기에서 1대1로 무승부를 기록했으나 원정 다득점 원칙에서 밀려 광저우에 ACL 우승 트로피를 내줬다.
서울 선수들이 준우승 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광저우(중국)=사진공동취재단/2013.11.09 /

패전은 없었다.

하지만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다.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선수들은 털썩 그라운드에 주저 앉았다. 뺨에는 눈물이 쏟아졌다. 감독도 할 말을 잃었다.

FC서울이 아시아 정상 등극에 실패했다. 9일(한국시각) 광저우 톈허스타디움에서 벌어진 광저우 헝다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결승 2차전에서 1대1로 비겼다. 1차전에서 2대2로 무승부를 기록한 두 팀의 전적은 2무였다. 하지만 한 골에 세상이 바뀌었다. 원정 다득점에서 2골을 터트린 광저우가 우승컵을 안았다.

올시즌 출발부터 가장 높은 꿈은 아시아 정상이었다. '서울극장'의 최종회는 아쉬움과 슬픔이었다.

끝내 열리지 않은 서울극장

중국 공안당국은 경찰 1만명을 동원, 경기장 곳곳에 배치했다. 안전 사고의 우려에 보안을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수준으로 강화했다. 4만2984명이 운집한 적진은 온통 붉은색으로 물결쳤다.

전반은 시나리오대로 됐다. 첫 번째 관문은 무실점이었다. 승부를 내야 하는 2차전이지만 조급해 할 필요가 없었다. 분위기를 읽기 위해서는 버텨야 했다. 전반을 0-0으로 마친 최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승부수를 던졌다. 고요한 대신 윤일록을 투입했다. 공격이 가열되는 듯 했지만 후반 12분 엘켄손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우승전선에 먹구름이 드리워졌지만 4분 만에 데얀이 동점골을 터트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시간은 충분했고, 한 골 싸움이었다.

'서울극장'의 기운이 감도는 듯 했다. 연이은 추가 시간 결승골, '수트라이커(수비수+스트라이커)', 페널티킥 선방 등 영화같은 한 시즌이었다. '서울극장'은 대명사였다. 재현되는 듯 했다. 그러나 수 차례 공격에도 서울은 끝내 추가골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마침표는 무승부였다.


9일 중국 광저우 텐허스타디움에서 열린 2013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FC 서울과 광저우 에버그란데 FC 경기에서 1대1로 무승부를 기록했으나 원정 다득점 원칙에서 밀려 광저우에 ACL 우승 트로피를 내줬다.
서울 최용수 감독이 고개를 떨구고 있다.
광저우(중국)=사진공동취재단/2013.11.09 /

행복한 도전 그리고 새로운 시작

10차례 아시아를 제패한 K-리그는 5년 연속 ACL 결승에 올랐다. 서울은 구단 역사상 첫 정상에 도전했다. 하지만 또 다시 내일을 기약했다.

최 감독은 지도자 인생에 다시 한번 한 획을 그었다. 지난해 대행 꼬리표를 떼고 정식 사령탑에 올랐다. 첫 해에 K-리그를 정복했다. 올초 3년 재계약에 성공한 그는 내친김에 아시아 정상까지 꿈꿨다. 승리의 여신은 마지막 문턱을 허락하지 않았지만 후회없는 도전이었다. 2월 26일 첫 발을 뗐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장쑤(중국)를 5대1로 대파하며 상큼하게 출발했다. 16강에서 중국(베이징 궈안), 8강에서 사우디아라비아(알 아흘리), 4강에서 이란(에스테그랄)을 넘었다.

준우승, 감독으로는 새로운 장이었다. 낙담할 필요는 없다. 잘 싸웠다.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더 많았다. 여백이 남았고, 앞으로 채워야할 부분이다. "위험한 상황을 주긴 했지만 전반을 0-0으로 마친 후 반드시 찬스가 올 것이라는 믿음을 공유했다. 상대 용병 선수의 탁월한 결정력에 실점한 이후 곧이어 추격골을 넣었다. 정상적으로 돌아왔지만 조그만 실수들이 반복되는 바람에 균형을 잃은 것 같다." 최 감독의 탄식이었다. 그리고 다시 희망을 얘기했다. "선수들은 앞만보고 달려왔다.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하나의 목표를 위해 달려왔다. 우승은 못했지만 끝이 아닌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다."

아시아 정상 재도전을 위해서는…

준우승 상금은 75만달러(약 8억원), 조별리그, 16강, 8강, 4강에서 축적한 상금은 41만달러(약 4억4000만원)다. 서울은 ACL에서 총 116만 달러(약 12억4000만원)를 획득했다. 하루가 흘렀다. 광저우의 우승, 서울의 준우승은 역사에 다시 묻혔다.

올해 서울 구단의 수장에 오른 장기주 GS스포츠단 대표이사는 "ACL 8강에선 3수를 해 넘었지만 우승은 재수로 넘어 보겠다. 내년 시즌 광저우와 결승전에서 다시 한번 만나고 싶다"며 울분을 삭혔다.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내년 시즌 ACL 정상 재도전을 위해선 K-리그에서 ACL 출전권을 다시 거머쥐어야 한다. ACL에서 우승하더라도 다음 시즌 자동 출전권을 주지 않는다.

서울은 클래식에서 현재 4위(승점 54)다. 그 자리를 지켜야 한다. 이제 5경기가 남았다. 17일 인천, 20일 전북, 24일 부산, 27일 포항, 다음달 1일 전북과 차례로 격돌한다.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서울의 아시아 정상 재도전은 이제 다시 시작이다.
광저우(중국)=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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