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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자'위한 박항서 감독의 마지막 배려 "미래 준비해"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3-11-06 14:48 | 최종수정 2013-11-07 07:14



2년 가까이 군부대에서 함께 동고동락했던 제자 21명을 떠나보내는 박항서 상주 감독은 마음이 착잡하기만 하다. "군인이라는 신분 특성 때문에 밖에서 따로 만나 진지한 얘기를 나눌 시간이 거의 없었다. 선수들에게 그 점이 가장 미안하다."

김형일 김재성 백지훈 하성민 김호준 등 21명의 병장들이 11월 12일 전역한다. 상주에서 '희노애락'을 함께 한 제자들이라 박 감독은 정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이들을 위해 전역 선물로 조기 우승을 약속했다. 10일 고양과의 K-리그 챌린지 32라운드에서 승리를 거둬 전역자들과 우승의 기쁨을 함께 나누기로 한 것. 계획대로다. 상주는 10연승의 파죽시세로 우승 문턱까지 다가섰다. 고양전에서 승리를 하거나 9일 열리는 부천-경찰축구단전에서 경찰이 패하면 조기 우승을 확정한다.

그러나 박 감독은 우승을 확정할 수 있는 고양전에 중앙 수비수 방대종을 제외한 전역자 20명과 동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우승 현장을 함께 하는 것보다 미래를 위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는 박 감독이 제자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마지막 배려였다. 박 감독은 "고민을 했는데 이들이 경기에 나서지 않는 것이 더 낫겠다고 생각했다. 전역 선수들은 소속팀에 돌아가야 한다. 소속팀에서 다시 축구 인생을 시작해야 하니 몸 관리를 하라고 했다. 혹시 마지막 경기에서 부상이라도 하면 안되지 않겠는가. 또 아직 소속팀을 구하지 못한 선수들에게는 새로운 팀을 알아볼 시간을 주기 위해 휴가를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방대종만이 고양 원정에 합류하는 이유는 뛸 선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는 "신입 선수 중 중앙 수비수 자원이 있지만 아직 부상 중이거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다. 중앙 수비수 김형일과 방대종을 동시에 빼면 중앙 수비자원이 없다. 그래서 방대종에게 양해를 구하고 마지막 경기까지 뛰어달라고 부탁했다"고 덧붙였다. 상주 선수단이 고양 원정에 나서는 동안 20명의 선수들은 각자 미래를 위해 '각개 전투'에 나서기로 했다.

박 감독이 과감히 결단을 내린 배경에는 상주의 미래도 포함돼 있다. 챌린지 우승을 확정시 나머지 선수들로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한다. 대비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우승 확정이 먼저지만 승강 플레이오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나머지 선수들로 빠르게 팀을 재정비해야 한다. 선수들이 전역하면 분위기가 흐트러진다. 분위기를 빨리 잡아야 한다"고 했다.

박 감독의 마지막 배려와 함께 챌린지 초대 우승의 기쁨까지 누린다면 21명의 전역자들은 기쁜 마음으로 군복무를 마칠 수 있을 것 같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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