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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승고리-잇따른 악재' 위기의 인천을 위한 변명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3-11-05 17:26 | 최종수정 2013-11-06 07:53



창단 10주년을 맞이한 '시민구단' 인천 유나이티드의 올시즌 출발은 화려했다. 그룹A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을 노리던 올시즌 목표가 가시권에 들어오는 듯 했다. 기업구단인 FC서울과 전북 현대, 수원 삼성을 제압하며 '강팀 킬러'로 군림했다. 7월까지 3~4위권을 지켰다. 8월 이후 6위까지 추락했지만 시·도민 구단 중 유일하게 그룹A 진출에 성공하며 자존심을 세웠다.

그러나 그룹A에서 새로운 기류가 형성됐다. 스플릿 시스템이 작동된 이후 8경기에서 5무3패의 부진 속에 아직도 첫 승을 신고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팀의 중심인 김남일이 부상으로 1개월째 전력에서 이탈했고 인천의 인기 부활을 이끌던 이천수가 '음주 파동'으로 잔여시즌 출전정지 징계를 당했다. 악재가 겹친 인천의 추락에 마침표가 없어 보인다.

김봉길 인천 감독도 현실을 인정했다. 요원한 첫 승과 잇따른 악재에 줄담배만 늘었단다. 하지만 ACL 진출에 대한 희망은 여전히 놓지 않았다. "시즌 끝까지 선수들에게 (ACL 진출권이라는)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 그래야 홈 팬들에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그의 외침은 '성적'으로 대변되는 외형적인 성과를 위한 것이 아니다. 잇따른 무승 고리 속에서도 경기장을 찾아 응원해주는 팬들과의 의리, 또 팀의 미래를 겨냥한 가슴 속 울림이었다. 지난 3일 안방에서 울산에 0대1로 패한 뒤 김 감독도 속내를 털어놨다. "그룹A는 공기가 좋을 줄 알았는데 상당히 탁하다. 하지만 이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그룹A에서 울산 포항 전북 서울 수원 등을 상대하며 경험을 쌓는 것이 팀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 또 김남일과 이천수의 부재는 문상윤 구본상 남준재 등 '영건'들의 출전 기회가 늘어난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다. 인천의 현재인 김남일과 이천수가 아닌 미래인 젊은 선수들을 위한 투자의 시간인 셈이다. 김 감독은 "내년도 생각해야 한다. 강팀들과 경기를 하면 어린 선수들이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나 팀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며 애써 웃음을 보였다.

두 가지 목표 중 그룹A 진출이라는 소기의 목적만 달성한 인천의 2013년은 '절반의 성공'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장밋빛 미래가 있기에 좌절은 없다. 인천의 2014년 시즌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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