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신기자의 開口]서울 고맙다, 속이 후련하다

신보순 기자

기사입력 2013-09-26 08:58


◇최용수 서울 감독이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가진 에스테그랄과의 2013년 ACL 4강 1차전에서 1-0으로 앞서던 후반 1분 추가골이 터지자 포효하고 있다. 상암=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오랜만에 자판을 두드린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를 댔다. 이 코너에 신경을 못썼다. 기분이 좋다. 그래서 아침에 노트북을 열었다.

그 때는 정말 화가 났다. 치밀어 올랐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의 도가 넘은, 상식이하의 행동에 할 말을 잃었다. 그는 한국벤치를 항해 주먹감자를 날렸다. 이란 선수들은 관중들을 조롱했다.

지난 6월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최종전에서다. 그 경기만큼은 꼭 이기기를 바랐다. 온 국민이 원했다. 그동안 우리들의 '성질'을 꼭 건드렸던 이란이다. 속이 끓었다. 그런데 시원하게 '한방'을 못 먹였다. 최종전에서도 당했다. 0대1로 졌다. 축제의 장은 싸늘했다. 흥이 깨졌다.

서울이 나섰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4강전, 이란의 얼굴 에스테그랄과 만났다. 25일이다.

에스테그랄에는 자바드 네쿠남을 비롯, 페즈만 몬타제리, 아드라니크 테리무리안, 코스로 헤이다리, 하셈 바이크자데 등 국가대표 7명이 속해있다. 네쿠남은 특히 이란의 간판스타다. 경기 때마다 도발로 유명했다. '미니 이란대표팀'이라 할 만 하다.

최용수 감독은 경기전 국가대항전이란 말을 했다. "평소보다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8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지만 이란은 시원스럽지 못한 아쉬운 결과를 준 팀이다. 사우디 알아흘리와의 8강전에선 K-리그 위상을 얘기했다. 이번에는 다르게 접근할 것이다. 최근 이란과의 A매치 전적에서 썩좋지 않기 때문에 국가대항전 성격도 짙다. 가슴에 태극마크는 달지 알았지만 국가대항전이라는 비중을 높게 가져갈 것이다." 당시 태극마크를 달았던 김치우는 "다시 생각해도 정말 기분이 좋지 않다. 꼭 설욕하고 싶다"고 했다. 모두의 바람이었다.

통쾌했다. 일부에서는 '한골만 더'라며 아쉬워한다. 그래도 속이 후련했다.

전반 39분, 첫 골이 터졌다. 고요한의 크로스가 몰리나의 머리로 배달됐다. 몰리나의 헤딩슛이 골키퍼 맞고 나왔다. 쇄도하던 데얀이 다시 헤딩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1분에 쐐기골이 나왔다. 윤일록의 크로스가 고요한에게 연결됐다. 고요한은 수비수를 한 명 따돌린 후 침착하게 슈팅으로 연결했다. 이후에도 몇몇의 결정적인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골은 더 터지지 않았다. 2대0 승리였다.


아직 끝난 건 아니다. 2차전이 남았다. 무대는 원정팀의 무덤 이란의 아자디스타디움이다. 최 감독도 "아직 모든 게 끝난 게 아니다. 고지대 적응과 홈 텃세 등 여러가지 문제가 남아 있다. 오늘 승리는 축하할 일이지만, 2차전이 남아 있다. 성남이 사우디 원정에서 3대1로 이기고 0대5로 패한 바 있다. 그런 실수를 하지 않겠다. 준비를 잘 해서 남은 90분 동안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고 했다. 패장 아미르 갈레노이 에스테그랄 감독은 "결과가 실망스럽진 않다. 오늘 좋은 경기를 한 만큼 홈에서 승리를 노리겠다. 2차전에선 오늘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테헤란에선 두 골을 충분히 넣을 수 있다"고 했다. 절대 방심은 금물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속이 시원하다. 반면 이런 아쉬움도 있다. 우리들의 관심이 좀 더 컸었으면 하는 점이다. 이날 경기가 벌어진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1만2774명의 팬들이 찾았다. 물론 많은 수다. 그래도 조금 더 모였으면 좋았을 것 같다. 이란 선수들의 기를 더, 확실히 꺾어줬어야 했는데. TV중계도 급하게 편성됐다. 아마도 원정경기에서 이란팬들의 응원은 더 광적일 것이다.

2차전은 다음달 3일 0시30분(한국시각)에 벌어진다. 완벽한 설욕을 더 큰 박수로 응원해야 겠다.
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