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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자판을 두드린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를 댔다. 이 코너에 신경을 못썼다. 기분이 좋다. 그래서 아침에 노트북을 열었다.
서울이 나섰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4강전, 이란의 얼굴 에스테그랄과 만났다. 25일이다.
에스테그랄에는 자바드 네쿠남을 비롯, 페즈만 몬타제리, 아드라니크 테리무리안, 코스로 헤이다리, 하셈 바이크자데 등 국가대표 7명이 속해있다. 네쿠남은 특히 이란의 간판스타다. 경기 때마다 도발로 유명했다. '미니 이란대표팀'이라 할 만 하다.
통쾌했다. 일부에서는 '한골만 더'라며 아쉬워한다. 그래도 속이 후련했다.
전반 39분, 첫 골이 터졌다. 고요한의 크로스가 몰리나의 머리로 배달됐다. 몰리나의 헤딩슛이 골키퍼 맞고 나왔다. 쇄도하던 데얀이 다시 헤딩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1분에 쐐기골이 나왔다. 윤일록의 크로스가 고요한에게 연결됐다. 고요한은 수비수를 한 명 따돌린 후 침착하게 슈팅으로 연결했다. 이후에도 몇몇의 결정적인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골은 더 터지지 않았다. 2대0 승리였다.
아직 끝난 건 아니다. 2차전이 남았다. 무대는 원정팀의 무덤 이란의 아자디스타디움이다. 최 감독도 "아직 모든 게 끝난 게 아니다. 고지대 적응과 홈 텃세 등 여러가지 문제가 남아 있다. 오늘 승리는 축하할 일이지만, 2차전이 남아 있다. 성남이 사우디 원정에서 3대1로 이기고 0대5로 패한 바 있다. 그런 실수를 하지 않겠다. 준비를 잘 해서 남은 90분 동안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고 했다. 패장 아미르 갈레노이 에스테그랄 감독은 "결과가 실망스럽진 않다. 오늘 좋은 경기를 한 만큼 홈에서 승리를 노리겠다. 2차전에선 오늘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테헤란에선 두 골을 충분히 넣을 수 있다"고 했다. 절대 방심은 금물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속이 시원하다. 반면 이런 아쉬움도 있다. 우리들의 관심이 좀 더 컸었으면 하는 점이다. 이날 경기가 벌어진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1만2774명의 팬들이 찾았다. 물론 많은 수다. 그래도 조금 더 모였으면 좋았을 것 같다. 이란 선수들의 기를 더, 확실히 꺾어줬어야 했는데. TV중계도 급하게 편성됐다. 아마도 원정경기에서 이란팬들의 응원은 더 광적일 것이다.
2차전은 다음달 3일 0시30분(한국시각)에 벌어진다. 완벽한 설욕을 더 큰 박수로 응원해야 겠다.
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