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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치타' 김태환(24·성남)은 21일 K-리그 클래식 강원전 전반 27분 짜릿한 추가골을 쏘아올렸다. '루키' 황의조의 슈팅이 강원 골키퍼의 김근배의 손끝에 맞고 튕겨나온 순간 전광석화처럼 쇄도했다. 기어이 골을 밀어넣은 후 김태환은 돌연 무릎을 꿇은 채 축구화 끈을 매기 시작했다. '골을 넣은 후 신발끈이 풀렸나.' 해설자도 팬들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결코 돌발상황이 아니었다. 로맨틱한 축구선수가 오랫동안 남몰래 마음속에 품어온 '회심의 세리머니'였다. 축구화에는 1991.XX.XX라는 숫자가 새겨져 있었다. 축구화끈을 매는 척하던 김태환은 축구화에 입맞춤하며 '나만의 의식'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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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4년차 김태환은 올시즌 성남에서 26경기에 나서 2골 4어시스트를 기록중이다. '초호화군단' 서울에서 지난 3년간 2골3도움에 그쳤다. 충분한 기회를 받지 못한 탓이다. 안익수 감독의 성남에서 김태환은 '주전'이다. 데뷔후 처음으로 20경기 이상을 소화했다.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강인한 체력을 겸비한 김태환은 성남의 주요 공격옵션이다. 오른쪽 측면을 시원하게 뚫어내는 불꽃같은 '상남자' 플레이에 팬들은 열광한다. '원톱' 김동섭의 12골중 4골을 도왔다. 개인 최다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기회와 믿음을 주신 감독님 덕분"이라며 깍듯하게 예를 표했다.
런던올림픽 최종 엔트리에서 낙마했던 쓰라린 경험이 김태환을 더욱 강하게 했다. 아직 '홍명보호'의 부름을 받지 못했지만, 조급해 하거나 서두르지 않는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요. 내년, 내후년 계속 성장해가다 보면 제게도 언젠가 기회가 오지 않을까요?" 스물넷의 창창한 선수는 긴 축구인생을 바라보고 있다. 남은 시즌 '가장 소중한 사람'을 위한 세리머니를 더 많이, 더 자주 보여주는 것이 목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