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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치타'김태환의 순정,로맨틱한 축구화 세리머니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3-09-23 09:52



'불꽃 치타' 김태환(24·성남)은 21일 K-리그 클래식 강원전 전반 27분 짜릿한 추가골을 쏘아올렸다. '루키' 황의조의 슈팅이 강원 골키퍼의 김근배의 손끝에 맞고 튕겨나온 순간 전광석화처럼 쇄도했다. 기어이 골을 밀어넣은 후 김태환은 돌연 무릎을 꿇은 채 축구화 끈을 매기 시작했다. '골을 넣은 후 신발끈이 풀렸나.' 해설자도 팬들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결코 돌발상황이 아니었다. 로맨틱한 축구선수가 오랫동안 남몰래 마음속에 품어온 '회심의 세리머니'였다. 축구화에는 1991.XX.XX라는 숫자가 새겨져 있었다. 축구화끈을 매는 척하던 김태환은 축구화에 입맞춤하며 '나만의 의식'을 마무리했다.


축구선수들에게 축구화는 분신과도 같다. 그라운드에서 운명을 함께하는 가장 소중한 도구다. 축구선수들의 한시즌은 지난하다. 합숙과 훈련, 경기가 이어지는 빡빡한 스케줄속에 가족은 물론, 연인과의 데이트도 쉽지 않다. 그만큼 애틋하고 절절하다. '신세대 공격수' 김태환은 늘 동고동락하는 축구화에 자신만이 알아볼 수 있는 코드로 마음을 새겼다.


◇성남 공격수 김태환이 강원전에서 팀의 2번째 골을 성공시킨 후 축구화 끈을 매고, 입맞춤하는 특별한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화면캡처=스포티비 플러스
지난 5월12일 강원전에서 시즌 첫골을 떠뜨린 후 무려 4개월여만에 골맛을 봤다. "골이 엄청 안들어가서 마음고생을 했죠. 드디어 세리머니를 하게 됐네요"라며 웃었다. 그러나 김태환은 정작 골 세리머니에 대한 질문에 말을 아꼈다. "가장 소중한 사람을 위한 세리머니"라고만 했다. 가장 소중한 축구화에 여자친구의 생일을 새겼다. 그만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다. 오랜 기간 마음으로 의지해온 그녀는 김태환을 끊임없이 달리게 하는 에너지다. 김태환의 어린 시절 절친들은 사랑의 세리머니를 단번에 알아봤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세리머니 동영상을 퍼나르며 축하를 전했다.

프로 4년차 김태환은 올시즌 성남에서 26경기에 나서 2골 4어시스트를 기록중이다. '초호화군단' 서울에서 지난 3년간 2골3도움에 그쳤다. 충분한 기회를 받지 못한 탓이다. 안익수 감독의 성남에서 김태환은 '주전'이다. 데뷔후 처음으로 20경기 이상을 소화했다.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강인한 체력을 겸비한 김태환은 성남의 주요 공격옵션이다. 오른쪽 측면을 시원하게 뚫어내는 불꽃같은 '상남자' 플레이에 팬들은 열광한다. '원톱' 김동섭의 12골중 4골을 도왔다. 개인 최다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기회와 믿음을 주신 감독님 덕분"이라며 깍듯하게 예를 표했다.

런던올림픽 최종 엔트리에서 낙마했던 쓰라린 경험이 김태환을 더욱 강하게 했다. 아직 '홍명보호'의 부름을 받지 못했지만, 조급해 하거나 서두르지 않는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요. 내년, 내후년 계속 성장해가다 보면 제게도 언젠가 기회가 오지 않을까요?" 스물넷의 창창한 선수는 긴 축구인생을 바라보고 있다. 남은 시즌 '가장 소중한 사람'을 위한 세리머니를 더 많이, 더 자주 보여주는 것이 목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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