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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위기론'에 더 단단해진 '오뚝이 정신'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3-09-09 09:48 | 최종수정 2013-09-09 09:50



주위에서 안 좋은 소리가 들려도 귀를 닫을 뿐이다. 몇 번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면 된다.

포항 스틸러스의 '오뚝이 정신'이 K-리그 27라운드에서 단연 화제다. 포항은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전에서 3대0의 대승을 거뒀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은 결과였고, 3골차의 놀라운 승리였다.

경기 전까지만해도 포항은 전북에 비해 나을게 하나도 없는 선두 팀이었다. 한 때 독주체제를 갖췄었지만 최근 2연패를 당해 2위 울산에 승점 1점차로 추격당했다. 포항의 '패싱 축구'의 중심인 이명주가 A대표팀에 차출됐고, 공격을 책임지는 황진성은 수술대에 올랐다. 엎친 데 덥친 격으로 신영준 김대호 등 주전급 선수들도 부상으로 잠시 휴식 중이다.

반면 전북은 10경기 무패행진(7승3무)을 달리던 중이었다. 클래식 14개 팀 중 FC서울과 함께 유이하게 무패행진을 이어가던 소위 '잘나가는 팀'이었다. '주포' 이동국과 이승기의 부상 공백에도 전북의 선발 라인업은 화려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포항의 3연패를 예상하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경기전 황선홍 포항 감독을 만난 취재진도 '위기'에 대해 질문을 했다. 여러차례 이런 얘기를 들었다는 듯 황 감독의 답변에서는 담담함마져 느껴졌다. "시즌 전부터 외국인선수가 없다는 것 때문에 간신히 상위권을 유지할 것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전반기를 끝내고 이제 팀이 망가지지 않을까라는 얘기를 들었다. 스플릿이 시작된 이후 지금도 그런 예상을 듣고 있다." 3월 17일 처음으로 리그 선두에 오른 포항은, 7월 울산에 잠시 선두자리를 뺏긴 것을 제외하고 줄곧 순위표 맨 윗자리를 지켜왔다.

전북전도 고비였다. 패한다면 1위 자리를 전북에 내줄 수 있었다. 주변에서 예상하던 시나리오다. 그러나 포항은 주전 선수들의 공백에도 이전 보다 더 단단한 전력을 선보이며 전북을 농락했다. 이명주 없이 '스틸타카'의 위력은 여전했고, 최전방 공격수들의 집중력이 더 좋아졌다. 노병준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박성호의 2골이 잇따라 터지며 적지에서 3골차 대승을 완성했다.

주변의 시선과 '위기론'이 포항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황 감독은 승리를 확정지은 뒤 마음에 담아왔던 얘기를 꺼냈다. "위기라는 얘기가 나 자신에게 많은 자극이 되고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선수들이 강한 정신력으로 전북전에 임했고, 냉정하게 경기를 했다. 그리고 승리를 따냈다."

포항은 11일 열리는 K-리그 28라운드에서 마지막 남은 '무패행진'의 팀 FC서울을 상대한다. 이 경기에도 이명주, 황진성은 없다. 그러나 포항에도 믿을 구석이 있다. 전북전에서 확인했다. '오뚝이 정신'이 더 단단해졌다.
전주=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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