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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서 안 좋은 소리가 들려도 귀를 닫을 뿐이다. 몇 번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면 된다.
반면 전북은 10경기 무패행진(7승3무)을 달리던 중이었다. 클래식 14개 팀 중 FC서울과 함께 유이하게 무패행진을 이어가던 소위 '잘나가는 팀'이었다. '주포' 이동국과 이승기의 부상 공백에도 전북의 선발 라인업은 화려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포항의 3연패를 예상하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경기전 황선홍 포항 감독을 만난 취재진도 '위기'에 대해 질문을 했다. 여러차례 이런 얘기를 들었다는 듯 황 감독의 답변에서는 담담함마져 느껴졌다. "시즌 전부터 외국인선수가 없다는 것 때문에 간신히 상위권을 유지할 것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전반기를 끝내고 이제 팀이 망가지지 않을까라는 얘기를 들었다. 스플릿이 시작된 이후 지금도 그런 예상을 듣고 있다." 3월 17일 처음으로 리그 선두에 오른 포항은, 7월 울산에 잠시 선두자리를 뺏긴 것을 제외하고 줄곧 순위표 맨 윗자리를 지켜왔다.
주변의 시선과 '위기론'이 포항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황 감독은 승리를 확정지은 뒤 마음에 담아왔던 얘기를 꺼냈다. "위기라는 얘기가 나 자신에게 많은 자극이 되고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선수들이 강한 정신력으로 전북전에 임했고, 냉정하게 경기를 했다. 그리고 승리를 따냈다."
포항은 11일 열리는 K-리그 28라운드에서 마지막 남은 '무패행진'의 팀 FC서울을 상대한다. 이 경기에도 이명주, 황진성은 없다. 그러나 포항에도 믿을 구석이 있다. 전북전에서 확인했다. '오뚝이 정신'이 더 단단해졌다.
전주=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