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붙박이가 없다.
아이티-크로아티아전을 앞두고 눈에 띄는 것은 '제3의 골키퍼'가 합류한 부분이다. 앞선 2번의 소집에서 홍 감독은 골키퍼 자리에 2명씩을 선발했다. 필드 플레이어에 좀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페루전의 경우, 단판 승부였던 만큼 백업 골키퍼를 2명씩 둘 필요가 없다는 실리적인 판단도 작용을 했다. 9월 A매치의 경우 2연전으로 이어져 평가의 여유가 생겼다. 홍 감독은 페루전에 소집됐던 정성룡 김승규 외에 일본 J-리그 세레소 오사카의 주전 수문장 김진현(26)을 새롭게 불러 들였다.
김진현은 전임 조광래 감독 시절부터 주목을 받았던 골키퍼다. 1m93의 우수한 체격과 국내 골키퍼 출신으로 두 번째로 해외 진출에 성공한 경력이 눈길을 끌었다. 세레소 오사카 입단 뒤 빠르게 주전으로 자리를 잡았다. J-리그에서 100경기를 넘게 뛴 경험도 높이 살 만하다. 2011년 카타르아시안컵 최종명단에 들었으나 출전 기회를 잡진 못했다. 지난해 5월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A매치에 데뷔했으나, 4실점을 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아픔이 남은 데뷔전이었지만, 향후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게 대다수의 시각이다. 홍 감독이 페루전에서 정성룡 대신 김승규에게 주전 자리를 맡겼듯이, 이번 A매치 2연전에서 김진현에게 기회를 부여할 가능성은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다.
|
정성룡은 이번 A매치 2연전을 통해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동아시안컵 3경기를 모두 주전으로 뛰면서 홍명보호에서도 일찌감치 입지를 굳히는 듯 했다. 그러나 페루전에서 후배 김승규의 활약을 벤치에서 지켜보는데 그쳤다. 흔들릴 것 같지 않던 체제가 무너진 위기감이 꽤 클 법 하다. 페루전 뒤 소속팀 수원으로 돌아가 치른 K-리그 클래식 4경기서 5실점을 했으나, 대구 전남전에선 무실점 방어로 팀 승리를 지키며 녹슬지 않은 실력을 과시했다.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컵 등 굵직한 대회를 치르며 얻은 풍부한 경험과 수비조율 능력은 여전히 3명의 골키퍼 중 최고로 꼽힌다.
페루전에서 맹활약한 김승규에게서 시선을 돌리기도 힘들다. 소속팀 울산의 1인자이자 대표팀 2인자였던 김영광을 밀어낸 실력은 페루전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수비 조율 및 협력 플레이, 넓은 시야와 방어율 등 모자랄 것이 없었다. 하지만 페루전 이후 치른 리그 4경기 중 3경기서 실점을 하는 등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던 만큼, 무혈입성을 바랄 처지는 아니다.
경쟁 없는 체제는 녹슬기 마련이다. 최후의 보루인 골키퍼 자리도 예외는 아니다. A매치 2연전에 부름을 받은 3명의 골키퍼 모두 내로라 하는 인재들이다. 홍 감독 입장에선 행복한 고민을 할 만하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