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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전]GK 무한경쟁, 구도 또 바뀔까?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3-09-06 01:42 | 최종수정 2013-09-06 08:39


◇김진현. 스포츠조선DB

붙박이가 없다.

홍명보호 출범 이후 A대표팀 안방마님 자리는 독점 체제가 무너졌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본선부터 주전 자리를 꿰찬 정성룡(28·수원)이 지난 8월 김승규(23·울산)에게 자리를 내줬다. 골키퍼는 포지션 특성상 주전이 정해지면 쉽게 바뀌지 않는 자리다. 정성룡 체제가 3년 동안 흔들리지 않았던 이유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경쟁을 선택했다. 9개월 앞으로 다가온 본선 전까지 주전 골키퍼 자리를 잡기 위한 무한 경쟁 시대가 열렸다.

새롭게 등장한 다크호스 김진현

아이티-크로아티아전을 앞두고 눈에 띄는 것은 '제3의 골키퍼'가 합류한 부분이다. 앞선 2번의 소집에서 홍 감독은 골키퍼 자리에 2명씩을 선발했다. 필드 플레이어에 좀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페루전의 경우, 단판 승부였던 만큼 백업 골키퍼를 2명씩 둘 필요가 없다는 실리적인 판단도 작용을 했다. 9월 A매치의 경우 2연전으로 이어져 평가의 여유가 생겼다. 홍 감독은 페루전에 소집됐던 정성룡 김승규 외에 일본 J-리그 세레소 오사카의 주전 수문장 김진현(26)을 새롭게 불러 들였다.

김진현은 전임 조광래 감독 시절부터 주목을 받았던 골키퍼다. 1m93의 우수한 체격과 국내 골키퍼 출신으로 두 번째로 해외 진출에 성공한 경력이 눈길을 끌었다. 세레소 오사카 입단 뒤 빠르게 주전으로 자리를 잡았다. J-리그에서 100경기를 넘게 뛴 경험도 높이 살 만하다. 2011년 카타르아시안컵 최종명단에 들었으나 출전 기회를 잡진 못했다. 지난해 5월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A매치에 데뷔했으나, 4실점을 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아픔이 남은 데뷔전이었지만, 향후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게 대다수의 시각이다. 홍 감독이 페루전에서 정성룡 대신 김승규에게 주전 자리를 맡겼듯이, 이번 A매치 2연전에서 김진현에게 기회를 부여할 가능성은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다.


◇정성룡. 스포츠조선DB
수성과 도전, 정성룡-김승규

정성룡은 이번 A매치 2연전을 통해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동아시안컵 3경기를 모두 주전으로 뛰면서 홍명보호에서도 일찌감치 입지를 굳히는 듯 했다. 그러나 페루전에서 후배 김승규의 활약을 벤치에서 지켜보는데 그쳤다. 흔들릴 것 같지 않던 체제가 무너진 위기감이 꽤 클 법 하다. 페루전 뒤 소속팀 수원으로 돌아가 치른 K-리그 클래식 4경기서 5실점을 했으나, 대구 전남전에선 무실점 방어로 팀 승리를 지키며 녹슬지 않은 실력을 과시했다.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컵 등 굵직한 대회를 치르며 얻은 풍부한 경험과 수비조율 능력은 여전히 3명의 골키퍼 중 최고로 꼽힌다.

페루전에서 맹활약한 김승규에게서 시선을 돌리기도 힘들다. 소속팀 울산의 1인자이자 대표팀 2인자였던 김영광을 밀어낸 실력은 페루전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수비 조율 및 협력 플레이, 넓은 시야와 방어율 등 모자랄 것이 없었다. 하지만 페루전 이후 치른 리그 4경기 중 3경기서 실점을 하는 등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던 만큼, 무혈입성을 바랄 처지는 아니다.

경쟁 없는 체제는 녹슬기 마련이다. 최후의 보루인 골키퍼 자리도 예외는 아니다. A매치 2연전에 부름을 받은 3명의 골키퍼 모두 내로라 하는 인재들이다. 홍 감독 입장에선 행복한 고민을 할 만하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김승규(가운데)가 지난달 14일 열린 페루전에서 상대 슛을 막아내고 있다. 수원=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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