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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메랑 된 논두렁 그라운드, 포항 발목 잡나?

기사입력 2013-09-03 14:50 | 최종수정 2013-09-04 08:01

포항 스틸야드
◇지난 1일 포항-부산 간의 2013년 K-리그 26라운드가 열린 포항 스틸야드 그라운드의 모습. 포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포항 스틸야드는 포항 구단의 대표 브랜드다.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혼이 담겨 있다. 유럽과 남미의 최신식 전용구장의 장점 만을 따와 세울 것을 지시한 것 뿐만 아니라, 수시로 경기장 건설 현장에 들러 잔디를 고를 정도로 애정을 쏟았다. 이런 포항 스틸야드는 2002년 한-일월드컵 유치전 당시 한국이 자신있게 해외 실사단에 내세울 수 있는 경기장이었다.

2013년 현재 40년 전통 명가의 요람은 논두렁과 다를 바 없다. 군데군데 드러난 모래바닥은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다. 청암존에 걸린 박 명예회장의 초상이 굽어 내려보고 있는 포항 스틸야드의 현주소다. 볼도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안방에서 정규리그 1위, FA컵 4강의 성과를 올린 포항 선수단이 불가사의하게 느껴질 정도다. 포항 스틸야드는 포스코 하청업체에서 관리 중이다.

포항 구단에서는 원칙적으로 그라운드를 새롭게 단장하기로 결정했다. 2003년 새롭게 심은 잔디는 이제 생명력을 잃었다. 잔디가 파인 곳에 새 잔디를 심어도 생육을 지속할 만한 힘이 없다는 내부 진단이 나왔다. 문제는 착공 시기다. 스플릿 그룹A 일정이 걸려 있는 9월부터 공사를 시작할 지, 시즌 일정을 마친 뒤인 12월부터 시작할 지를 두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9월부터 정비가 들어가게 될 경우 포항 스틸야드 대신 포항종합운동장을 활용할 계획이다. 포항 스틸야드는 내년 시즌 개막전이 열리는 3월부터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우승권에 걸쳐 있는 현 시점에서 굳이 홈 구장을 놔두고 다른 경기장을 쓰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만만치 않다. 선수들에겐 집중도가 떨어지는 포항종합운동장이 전력에 마이너스 요소가 될 만하다. 그렇다고 공사를 마냥 미루기도 힘들다. 12월에 착공할 경우, 내년 상반기 일정에 영향을 받게 된다. 리그는 물론 올 시즌 성적에 따라 출전이 가능할 수도 있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특히 경기장 규격 및 시설이 아시아축구연맹(AFC) 권고기준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홈 경기 진행에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을 결정하더라도 부담은 감수해야 한다. 험난한 싸움을 벌여야 하는 포항 선수단 입장에선 또 하나의 변수에 직면한 셈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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