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열했던 한일전은 끝났지만 그라운드밖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동아시안컵 최종전 여자축구는 세계 최강 일본에 2대1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남자축구는 1대2로 패했다. 일본의 욱일승천기, 붉은악마의 '역사를 잊은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대형걸개, 응원 보이콧 등은 양국 모두에게 쓰라린 상처가 됐다. 일본 고위관료가 '민도' 운운 발언까지 하며, 외교적인 문제까지 불거졌다.
한일전 직후 눈도 마주치지 않고 문자에 답도 하지 않을 만큼, 패배의 충격이 컸던 가와스미다. 그러나 승부는 승부일 뿐, 억울한 상황에 처한 친구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았다. 29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소연이 경기후 일본을 욕했다고요? 소연은 절대로 일본을 나쁘게 말하지 않습니다"라는 말로 절대 신뢰를 표했다. "한국전 충격이 너무 커서 소연 얼굴을 보기 싫을 정도였지만(진심), 소연을 오해하고 나쁘게 말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습니다"라고 썼다.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여자들만의 우정과 의리를 과시했다. 한그라운드에서 땀을 나눠온 이들에겐 국경, 민족을 넘어서는 확고한 우정이 있다. 30일 가와스미는 동료의 생일파티후 지소연, 아스나 등과 '악마머리'를 연출한, 장난스런 사진을 찍어올렸다. 치열했던 한일전 라이벌은 그렇게, 훈훈한 '한솥밥 절친'으로 돌아갔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