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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은 파티다' 제주월드컵경기장이 물에 젖은 날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3-07-22 12:36 | 최종수정 2013-07-23 08:56


◇사진제공=제주 유나이티드

21일 제주와 인천의 K-리그 클래식 17라운드가 열린 제주월드컵경기장.

우비를 입은 관중들이 경기장 한켠에 자리잡았다. 비를 대비해서가 아니다. 지상에서 쏘는 물캐논포를 막기 위해서다. 10분마다 터진 물캐논포에 무더위는 씻은 듯 날아갔다. 관중석 뒷편에서는 수영장과 물놀이 에어파운스 등 워터파크가 열렸다. 물에 젖은 제주월드컵경기장은 K-리그 이벤트의 새 장을 열었다.

최근 색다른 이벤트로 관중몰이에 성공하고 있는 제주 유나이티드가 또 하나의 카드를 꺼냈다. '워터 쿨 파티'다. 축구와 물놀이의 만남이다. 제주는 여름만되면 성적이 추락한다. 떨어지는 것이 성적만이 아니다. 관중도 함께 감소한다. 찌는 듯한 무더위 때문이다. 제주 직원들은 여름에도 경기장을 채울 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물을 이용한 이벤트가 떠올랐다. 가족 단위의 팬들이 많다는 것을 계산해 축구장을 워터파크로 꾸미자는 계획을 세웠다. 곧바로 경기 용인에 있는 놀이시설을 방문해 벤치마킹 했다.

테마를 세우니 진행은 일사천리였다. 서귀포시와 제주월드컵경기장 시설공단은 물론 소방서까지 지원에 나섰다. 최근 제주월드컵경기장을 찾는 관중수가 늘어나며 도민들을 위한 일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안전을 위해 몇차례의 리허설을 거친 뒤 워터파크 완성에 성공했다. 제주 직원들은 이날 비치 웨어를 입고 각 게이트마다 위치하며 물놀이 분위기를 물신냈다. 워터파크에는 어린이들 뿐만 아니라 학부모, 대학생들이 들어와 물놀이를 즐겼다. 수영장 옆의 쿨존에는 대형 워터 쿨팬이 설치돼 무더위를 식혀줬다.

무작정 물만 뿌린 것이 아니었다. 스토리가 있었다. 경기 시작 전과 하프타임에 워터 타임을 갖고 물총을 쏠 수 있는 '워터맨'을 관중석 곳곳에 배치해 관중들이 마음껏 물총을 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했다. 워터 타임은 탈옥한 악당 워터맨이 워터존을 습격해 물세례를 펼친다는 컨셉트로 진행됐다. 워터맨은 도내 연극배우, 학생으로 구성해 악당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어필하며 워터존의 재미를 극대화시켰다. 이날은 '오늘의 선수'로 선정된 강수일이 입장 선착순 2013명에게 물총을 나눠주기도 했다.

하이라이트는 물캐논포였다. 제주는 워터존 바로 앞에 물캐논포 3대를 설치했다. J-9으로 명명된 물캐논포는 무려 40m나 날아갈 정도로 강력한 파워를 자랑한다. 물캐논포는 10분마다 음향에 맞춰 발사됐다. 물이 뻗어올라갈때마다 반대편 관중석은 탄성을 질렀다. 물을 맞은 관중들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워터존에 있던 관중들도, 워터파크에서 놀던 관중들도 모두 엄지를 치켜올렸다. 제주의 관계자는 "관중들이 너무 좋아하셨다. 아이들만 좋아할줄 알았는데 어른들의 반응이 더 뜨거웠다. 이날 미숙했던 것을 보완해 더 안전하고 재밌는 공간을 만들겠다"고 했다.

제주는 9월 1일까지 열리는 홈경기마다 '워터 쿨 파티'를 진행할 계획이다. 물에 젖은 제주월드컵경기장은 축제의 장이다.


제주=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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