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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태극마크 볼모'는 과유불급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3-07-16 08:01


배구선수 김연경이 15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연경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현재 김연경은 흥국생명과 자유계약선수(FA) 자격과 이적 등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을 임의탈퇴선수로 분류했다. 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2013.07.15/

분명 김연경 본인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다. 그 마음을 충분히 헤아릴 수도 있다. 김연경이 주장에는 귀담아들을 만한 것들도 있다. 다만 과유불급(過猶不及·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분명한 것은 태극마크가 협상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된다.

김연경은 15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내 선수 생명을 걸겠다"고 할 정도로 결연했다. 흥국생명과 대한배구협회(KVA), 한국배구연맹(KOVO)을 향해 5가지 요구사항을 내걸었다. 흥국생명에는 "지난해 9월 7일 작성한 합의서를 무효로 하고, 김연경의 원소속 구단(club of origin) 존재 여부를 KVA를 통해 국제배구연맹(FIVB)에 질의하라"고 요구했다. KVA의 중재로 김연경과 흥국생명이 만나 작성한 9월 7일 합의서에는 '김연경은 흥국생명 소속을 토대로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기간은 2년으로 하되 이후 국내리그에 복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KOVO에는 자신의 임의탈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근거 규정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KVA에는 국제이적동의서(ITC) 발급을 요청한 이달 5일 질의서에 대해 답변해 달라고 부탁했다. 동시에 "현 상황은 KVA의 불공정한 중재때문"이라며 KVA에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또는 국내법에 따른 판단이 완성될 때까지 임시로 국제이적동의서(ITC)를 발급해달라"고 요구했다. 최후통첩이었다.


김연경은 자신의 요구에 대한 모든 답변을 25일까지 달라고 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다시는 V-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더 나아가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국가대표 팀에서도 뛰지 않겠다"고 밝혔다. 배수의 진이었다.

김연경은 왜 이렇게 강수를 두는 것일까. 결국 김연경과 흥국생명 모두 자신의 의견만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계속 평행선만 그렸다. 그 사이 좋지 않은 감정만 쌓았다. 계속 이대로 가다가는 서로의 가슴에 크나 큰 상처만을 남길 뿐이다.

갑의 입장에 서 있는 흥국생명으로서는 마음을 조금 더 열어야 한다. 흥국생명은 1일 KOVO에 김연경에 대한 임의탈퇴를 요청하면서 '규정을 준수하고 성의 있는 사과를 한다면 김연경의 해외활동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조직과 자금면에서 압도적인 대기업이 개인에게 행사할만한 행동은 아니다.

KOVO와 KVA도 소신을 가지고 이 사태에 임해야 한다. 김연경의 불만은 그동안 KOVO와 KVA가 제대로 일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특히 자신들이 보낸 질의서에 대해서도 전혀 답변이 없다면서 울분을 토하고 있다.


배구선수 김연경이 15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연경이 흥국생명과 배구협회의 부당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현재 김연경은 흥국생명과 자유계약선수(FA) 자격과 이적 등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을 임의탈퇴선수로 분류했다. 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2013.07.15/
하지만 배수의 진도 정도가 있다. 김연경으로서는 'V-리그 선수 생활 중단'까지만 갔었어야 했다. 국가대표팀 은퇴를 시사한 대목은 너무 지나쳤다.


국가대표 선수는 말 그대로 그 국가에서 가장 잘하는 이를 일컫는다. 국가를 위해 뛰고 빛내야 하는 자리다. 아무나 뽑을 수도, 아무나 뽑힐 수도 없다. 뽑는 쪽은 신중에 신중을 더해야 한다. 뽑히는 쪽은 무한한 영광으로 여겨야 한다. 동시에 자신이 곧 국가라는 사명감을 지녀야 한다. 행동 하나하나 조심해야 한다. 국가대표팀으로 있는 동안에는 승리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그럼에도 '국가대표 은퇴'를 운운하는 김연경의 지금 모습은 실망스럽다. 자신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다고 해서 '국가대표 은퇴' 카드를 들고 떼를 쓰는 것과 다름이 없다.

김연경의 에이전시인 인스포코리아는 "분명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라는 전제를 붙였다. 25일까지 흥국생명과 KOVO, KVA에서 답변이 온다면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태극마크는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흥정 도구가 절대 아니다. 현실은 안타깝지만, 국가대표 은퇴를 언급한 김연경은 다시 한번 생각을 해봐야 한다. 국민의 희망, 그리고 우리의 국가를 대표하는 태극마크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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