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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최강희 전 A대표팀 감독을 조롱했던 기성용(24·스완지시티)이 5일 잘못을 시인하고 고개를 숙였다. 4일 논란이 불거진 뒤 하루 만에 이뤄진 전격적인 사과다.
그러나 침묵만이 능사는 아니었다. 얘기를 하던 도 중 최 감독이 이번 논란에 대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며 제자를 감싸 안았다. 그는 "(기성용이)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를 위해서 큰 일을 해야 하는 선수다. 감독도 바뀌었으니 열심히 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앞서 기성용은 지난해 2월 자신의 페이스북 비밀 계정을 통해 최 감독을 조롱해 논란이 됐다. '고맙다. 내셔널리그 같은 곳에서 뛰는데 대표팀으로 뽑아줘서. 이제 모든 사람이 느꼈을 것이다. 해외파의 필요성을, 우리를 건들지 말았어야 했다. 그러다 다친다.' 4일 이 글이 세상에 공개됐고, 기성용의 부친인 기영옥 광주시축구협히장은 5일 파주NFC(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를 찾아 안기헌 대한축구협회 전무를 찾아가 아들 대신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 이어 기성용은 보도자료로 사과의 글을 전했다. 기성용은 '무엇보다 저의 바르지 않은 행동으로 많은 팬들과 축구 관계자 여러분들께 걱정을 끼쳐드려 사과의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라며 용서를 구했다. 최 감독에게도 머리를 숙였다. '치기 어린 저의 글로 상처가 크셨을 최강희 감독님께도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기성용의 사과를 전해들은 최 감독은 "누누이 얘기했지만 나는 누구를 미워한 적이 없다. 선수하고 싸운적도 없다. 선수하고 싸우는 감독이 제일 바보다. 선수들과 어우러지는게 감독의 역할이다. '스타'는 평범하지 않다. 나는 스타는 아니었지만 현역 시절 오만가지 일을 다했다"고 얘기하며 "나는 K-리그에서 할일이 많은 사람이어서 기다리는 곳으로 돌아왔다. 기성용도 한국 축구를 위해 열심히 해주기를 바란다"고 재차 강조했다. 최 감독은 앞으로 전북의 축구에만 전념하겠다는 뜻을 재차 강조했다. "앞으로 전북 축구 얘기만 하고 싶다. 이제 대표팀 감독도 아니고 다 끝난 일을 가지고 지금 와서 논란이 되는게 안타깝다."
한편, 기성용의 사과로 이번 논란은 새국면을 맞게 됐다. 축구계는 축구인인 부친까지 나서 고개를 숙인 까닭에 사태가 일단락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축구협회도 기성용이 사과의 뜻을 밝힌만큼 징계보다는 재발 방지를 위해 대책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협회는 "전례가 없던 일이다. 앞으로 이런 일들이 재발 안하도록 노력하는게 중요하다. 징계문제는 언론에서 먼저 나온 얘기"라고 밝혔다. 협회는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입장이라 섣부른 판단을 자제하고 있다. 또 현 대표팀 사령탑인 홍명보 감독의 의견도 물어 충분한 논의를 할 예정이다. 협회는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의견을 묻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만약 협회의 논의 결과, 기성용의 행위가 대표팀 운영 규정을 위반한 소지가 있다고 판단 된다면 징계는 불가피하다. 협회 징계 규정 12조에 따르면 협회 또는 징계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비위사실을 심의할 수 있다. 기성용의 행위가 대표팀 운영 규정 13조 '선수의 의무로 품위를 유지하고 선수 상호 간의 인화단결을 도모해야 한다'에 위반이 되는지 판단이 먼저 필요하다. 이 규정을 위반한 선수는 사안의 경중에 따라 경징계부터 중징계까지 받을 수 있다. 잘못을 지적하는 경고, 50만원 이상의 벌금, 1년 이하의 출전정지, 1년 이상의 자격 정지, 제명 등이 있다. 최악의 경우 기성용의 브라질월드컵 출전이 좌절될 수 있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 축구계에서는 징계보다는 향후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더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협회는 "앞으로 축구 발전을 위해 재발안하도록 노력하는게 중요하다"고 했다.
포항=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