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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부러웠다. '빗장수비' 이탈리아를 상대로 자신들의 플레이를 펼쳤다. 이어 궁금했다. 과연 한국이 이탈리아와 맞붙었다면 저런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솔직히 두려웠다. 한국이 일본과 맞붙으면 이길 수 있을까.
볼점유율도 55% 대 45%로 일본이 앞섰다. 실제 볼 소유시간을 나타내는 APT(Actual playing time)도 일본이 30분, 이탈리아가 24분을 기록했다.
경기 후 이탈리아 선수들은 일본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다니엘레 데 로시는 믹스트존에서 "일본은 강하고 파워풀했다"면서 "후반 23분 시계를 봤을 때 마치 200분은 뛴 것처럼 느꼈다. 이런 기분은 경험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마리오 발로텔리도 자신의 트위터에 '굉장한 경기를 펼친 일본에 축하를 보낸다. 놀라웠다'고 썼다.
선수 자원은 큰 차이가 없다. 이번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나선 일본의 최종 엔트리 23명 가운데 14명이 유럽파다. 한국은 7~8명이 유럽파다. 숫자에서는 한국이 일본보다 다소 적다. 하지만 선수 개인을 보면 다르다. 일본 유럽파의 에이스 가가와 신지(맨유)는 2012~2013시즌 6골에 그쳤다. 2011~2012시즌 도르트문트에서 14골을 넣을 당시의 플레이가 사라졌다. 스트라이커 오카자키 신지(슈투트가르트)는 올 시즌 4골에 그쳤다. 그나마 혼다 게이스케(CSKA 모스크바)만이 러시아 무대에서 9골을 넣으며 이름값을 했다.
한국 유럽파는 좋았다. 손흥민(레버쿠젠)은 2012~2013시즌 12골을 몰아치며 돌풍을 일으켰다. 기성용(스완지시티)은 소속팀의 주축 미드필더로 리그컵대회 우승을 이끌었다. 구자철(볼프스부르크)과 지동원(선덜랜드) 역시 임대된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맹활약하며 분데스리가 잔류의 일등공신이 됐다. 박주호(바젤)는 소속팀 부동의 왼쪽 풀백으로 국내리그 우승과 유로파리그 4강을 이끌었다. 김보경(카디프시티)도 맹활약하며 팀의 1부리그 승격을 이끌었다. 이청용(볼턴) 역시 소속팀에서 부활을 알렸다.
결국 차이는 감독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감독의 임기에서 차이가 난다. 일본은 감독의 임기를 충분히 보장해준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이후 현재까지 일본 대표팀 감독은 5명에 불과하다. 2006년 일본을 맡은 이비차 오심 감독만이 갑작스러운 뇌경색으로 1년만에 중도 사퇴했을 뿐이다. 대부분 4년의 임기를 보장받았다. 이탈리아를 혼쭐낸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 역시 2010년 지휘봉을 잡아 3년째 지휘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같은 기간 9명의 감독과 3명의 감독 대행이 A대표팀을 맡았다. 평균 재임기간이 1년 남짓이다. 월드컵이 끝난 뒤 팀을 맡지만 보통 아시안컵 기간 전후로 그만둔다. 새 감독으로서는 시간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색깔없는 어정쩡한 축구를 구사할 수 밖에 없다. 허정무 감독만이 2007년부터 3년간 팀을 맡으면서 2010년 남아공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루었다.
한국 축구는 새로운 A대표팀 감독을 맞이하려 한다.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이끈 홍명보 감독으로 굳어졌다. 홍 감독의 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결국 대한축구협회가 홍 감독에게 충분한 시간을 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