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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기사를 쓰는 데 감정에 빠지면 안된다. 그런데 그게 잘 안된다. 마음을 좋게 먹으려고 해도 안된다.
이란의 행동이 가관이다. 매번 붙을 때마다 우리를 자극해왔다. 그 버릇이 여전하다.
가깝게는 지난해 10월을 기억한다. 원정 텃세에 할 말을 잃었다. 이란은 입국비자를 출국 당일에야 내줬다. 예의에 한참 어긋나는 행동이다. 그런데 이정도는 양반이었다. 이란에 도착하자 훈련장을 세번이나 바꾸었다. 첫 훈련장의 잔디는 곳곳이 파여 있었다. 두번째 훈련장에는 조명 시설이 없었다. 그것도 지역팀의 경기가 있다고 해서 훈련도중 쫓겨났다. 세번째 훈련장은 사방이 뚫려 있었다. 패를 다 내놓고 훈련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이란은 좋은 곳에서 편안히 훈련을 했다. 참다 못한 최강희 감독은 "한국은 원정팀에게 너무 잘해준다. 앞으로 이란이 원정 온다면 한강 둔치에서 훈련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11일 우즈베키스탄과의 예선전을 마치고는 "원정 푸대접을 기억한다. 이란에 아픔을 주고 싶다"고도 했다.
가만있을 최 감독이 아니다. 한수 높은 예능감을 과시했다. "단순한 멘트를 갖고 국민 감정 운운한 것이 아쉽다. 한마디만 하겠다. 케이로스 감독이 세계적인 팀에서 좋은 것만 배웠기를 바랐다. 그러나 엉뚱한 것만 배운 것 같다. 내년 월드컵은 포르투갈 집에서 TV로 편안하게 보기를 바란다. 우즈베키스탄 기자가 묻길래 단순한 마음을 전한 것인데 '유니폼을 보낸다'고 한다. 아예 11벌을 보내달라. 앞으로 말로 더 이상 대응하지 않겠다."
또 이걸 두고도 시비를 건다. 이란 언론에서 공식사과 운운하고 있다. 참 말로 해서는 안되겠다. 코를 정말 납작하게 해줘야 한다.
이란의 콧물, 눈물 다 빠지게 해야 할 이유, 또 있다. 최 감독의 마지막 경기다. 18일 결전이 끝나면 전북으로 돌아간다. 화려한 피날레가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는 우리네 대표팀 감독에게 나쁜 말을 많이 했다. 실망스런 경기에 대한 비난이었다. 최 감독이 이렇게 많은 말을 들은 것도 처음일 것이다. 그동안의 실망과 비난, 모두 털어내야 할 경기다.
현재 상황으로 봐서는 9부 능선을 넘었다. 8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 거의 확정적이다. 비기기만 하면 자력진출이다. 져도 대패만 안하면 된다. 초점은 경기력이다. 본선에서의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최 감독의 마지막 임무다. 책임이다.
사실 이란은 만만치 않다. 역대 상대전적에서 우리가 뒤진다. 9승7무10패다. 주요 고비마다 서로 물고 물은 악연도 있다. 18일, 참 좋은 기회다. 앞으로 계속 볼 상대라면, 기를 확실히 꺾어놓는게 필요하다. 두려움을 갖게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야 앞 길이 편하다.
이래저래 이란을 이겨야 할 이유가 많다. 그것도 코를 아주 납작하게 말이다. 속이 아주 '뻥 ~' 뚫렸으면 좋겠다.
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