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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벡의 지각입국, 우습게 보단 큰코 다친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3-06-09 18:01 | 최종수정 2013-06-10 08:21



결전 상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뭔가 느슨하다.

미르잘랄 카시모프 감독이 이끄는 우즈베키스탄 대표팀이 9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를 한국과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7차전을 이틀 앞둔 시점이다. 천재지변과 인재가 겹쳤다. 6일 중국 광저우에서 중국 대표팀과 친선경기를 치른 우즈벡 대표팀은 베이징을 거쳐 7일 입국해 한국전을 준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지 기상 악화와 항공권 미확보 문제에 발목이 잡혔다. 결국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건너가서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월드컵 예선을 치르는 대부분의 국가가 갖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해놓는 철저한 준비 속에 원정길에 오른다. 우즈벡이 한국전을 앞두고 보여준 모습은 딴판이다. 선수단과 함께 입국한 미드필더 세르베르 제파로프(성남)는 "선수단이 많이 지친 상태"라고 털어놓았다. 우즈벡의 준비 부족으로 인한 지각입국에 최강희호가 미소를 지을 만하다.

과연 지각입국은 최강희호에 유리하기만 할까. 이면을 봐야 한다. 우즈벡은 아시아 국가 중 K-리그를 가장 잘 아는 국가 중 하나다. 우즈벡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는 미르잘랄 카시모프 감독은 자국 프로팀인 분요드코르 감독도 겸임하고 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선 K-리그 킬러로 명성을 떨쳤다. 올해도 K-리그 클래식 1위 포항스틸러스와의 두 차례 맞대결을 무패(1승1무)로 장식하고 16강에 올랐다. 카시모프 감독이 분요드코르 지휘봉을 잡은 이후 한국 원정에서 거둔 성적은 2승1무1패다. 매번 열세로 지적되는 상황에서 한국 원정을 왔으나, 뛰어난 용병술로 만만치 않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우즈벡이 한국전을 앞두고 내놓은 대표팀 명단엔 분요드코르 소속 선수가 7명이나 된다. 카시모프 감독 밑에서 한국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제파로프와 마찬가지로 각각 인천과 수원에서 한국 무대를 경험했던 티무르 카파제와 알렉산드르 게인리히(이상 악토베)의 존재도 위협적이다. 지각입국은 오히려 전력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또다른 효과를 볼 수 있다. 중국전을 통해 실전 감각을 끌어올린것 뿐만 아니라 장기간 현지 체류로 시차 문제도 해결한 상황이다.

필요 이상으로 적을 경계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만만히 보는 것도 문제다. 이번 최종예선에서 우즈벡이 한국과 선두 자리를 다투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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