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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Mr. 쓴소리' 이청용의 분노, 오해와 진실은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3-06-06 17:08 | 최종수정 2013-06-07 09:01



3년 전이었다.

2010년 3월 영국 볼턴에서 둘과 함께 점심을 했다. 철없는 질문을 툭 던졌다. "그래도 그동안 한 번은 다퉜죠?" 돌아온 대답에 무너졌다. 이구동성으로 "진짜 한 번도 다툰적이 없다니까요"라며 정색했다. 그리고는 "기자님은 친구들과 잘 싸우나 보죠"라고 말한 후 통쾌한 듯 서로를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

'9년 지기'인 이청용(볼턴)은 1988년생, 기성용(스완지시티)은 1989년생이지만 기성용이 1월생이라 동갑내기나 다름없다. 학번도 똑같다. '소문난 절친'인 이들은 사이좋게 유럽에서 성공시대를 열고 있다. 2~3일에 한 번꼴로 전화로 안부를 교환하며 우정을 쌓고 있다.

한국 축구가 갈림길에 섰다.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냐, 낙마냐, 운명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답답한 흐름 끝에 레바논과 1대1로 비긴 최강희호는 6일 파주NFC(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을 재개했다. 한국은 1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우즈베키스탄과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7차전을 치른다. 이어 이란과의 최종전(18일 오후 9시·울산)이 기다리고 있다. 최강희호는 1승1무을 거둬야 자력으로 브라질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다.

한데 중요한 시기에 엉뚱하게 이청용과 기성용의 '불화설'이 터졌다. 3월 카타르와의 최종예선 5차전 소집기간 중 절친인 둘이 다퉜다는 것이다. 현재 A대표팀에 기성용은 없다.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이청용이 유일한 희망이다.

이청용이 폭발했다. 최강희호에서 'Mr. 쓴소리'로 통하지만 심성이 곱고, 온순하다. 동료들과 불협화음도 없다. 6일 작심한 듯 분노를 토해냈다. 진의를 묻자 쓴웃음부터 지었다. 말문을 뗐다. "기사를 읽고 성용이와 통화했다. 성격이 긍정적인 친구인데도 화가 난다고 하더라. 우리가 얼마나 친한 사이인지는 알 사람은 다 안다. 결혼할 신부(한혜진)보다 내가 더 성용이와 붙어 있어야 오해가 안 생길 판이다."

'황당', '어이없다', '짜깁기', '헛소문' 등의 단어를 반복해 쏟아냈다. 그는 "황당하고 어이없다. 헛소문을 짜깁기한 것"이라며 "팀 분위기에 해가 될 수 있다. 선수와 팬 모두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리고는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언론에게 할 말들을 미리 정리한 모양이었다. 밤잠을 설친 듯 했다. 그만큼 화가 단단히 났다.


최강희 감독은 물론 태극전사들도 사실이 아닌 얘기라고 했다. 최 감독은 "처음 듣는 이야기다. 어디서 그런 이야기가 나왔나. 안에선 괜찮은데 밖에서 국내파와 해외파 운운하며 분위기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한다. 대표팀에 대한 관심 때문에 작은 일도 확대 해석해 부풀리는 듯 하다. 괴담, 악담"이라며 "만약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면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 문제는 내가 견디질 못한다. 그런 팀은 결과를 내지 못한다. 레바논에 이기질 못하니 별 이야기가 다 나오는 듯 하다. 처음 선수단을 소집 했을 때 선수들이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팀 분위기에 물의를 일으키는 선수가 있다면 팀에서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동국(전북)도 "출처가 어딘지는 모르겠으나 선수단 내 소통의 문제는 없다. 그런 확대해석 때문에 분위기는 더 안좋아진다.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도 "어디서 그런 이야기가 나온건지 모르겠다. 선수들은 허물없이 잘 지내고 있다. 그런 이야기에 신경쓰지 않는다"고 일침을 가했다.

소문은 또 다른 소문을 낳는다. A대표팀을 둘러싸고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무성한 것은 사실이다. 최강희호의 현주소가 아닌가하는 서글픈 생각도 든다. 중심을 잡아야 한다. 이번 일로 내부 단합의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파주=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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