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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위안 이청용, 그의 발끝이 월드컵이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3-06-05 16:24 | 최종수정 2013-06-06 09:29



유일한 위안이었다.

믿을 건 이청용(25·볼턴) 뿐이었다. 클래스가 달랐다. 홀로 동분서주했다.

"예전 감독들이 박지성과 이영표를 베스트11에 일단 써놓고 그쪽에 대해 고민을 안 하지 않았느냐. 지금 청용이가 딱 그렇다. 이런 선수 4~5명만 있으면 고민이 없다. 대표팀은 큰 선수들이 많아야 한다. 감독이 낚시나 가고 그래도 알아서 잘할 선수다." 최강희 A대표팀 감독의 말대로 그는 큰 선수였다.

막히면 뚫었고, 볼이 없으면 공간을 지배했다. 볼을 다루는 기술 또한 타의추종을 불허했다. 상대의 강한 압박에도 자유자재로 볼을 가지고 놀면서 동료들에게 볼을 배급했다. 이청용이 한 명만 더 있었더라면 레바논전 졸전은 없었을 것이다. 최강희호는 5일(한국시각) 레바논 베이루트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6차전에서 레바논과 간신히 1대1로 비겼다.

결과는 되돌릴 수 없다. 실망스럽지만 멈출 수 없다.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과제가 남았다. 한국은 1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우즈베키스탄과 7차전, 18일 오후 9시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이란과 최종전을 치른다. 월드컵 진출이 걸린 마지막 2연전이다. 반드시 잡아야 된다.

현 상황에서 기댈 언덕은 이청용 뿐이다. 2011년 7월 31일 프리시즌 평가전에서 오른 정강이 경골과 비골이 골절된 참혹한 잔상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한국 축구=이청용'일 정도로 그의 존재감은 컸다.

마지막 2연전, 한 가지 더 주문할 것이 있다. 이제 '소녀슛'의 오명을 벗을 차례다.

그는 전문 골잡이가 아니다. 스트라이커가 아닌 날개다. 골보다 어시스트를 즐긴다. 그래도 그는 공격의 축이다. 골과 가깝게 있다. 그런데 아킬레스건이 있다. '소녀슛'에 대한 아쉬움이다. 힘없는 슈팅이 반복되는 바람에 붙여진 별명이다. 이청용도 잘 알고 있다. 그 또한 '소녀슛'을 넘으려고 한다. 벽을 넘어야 세계적인 전천후 공격수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


레바논전을 더듬어 보자. 가장 많은 골기회를 얻은 플레이어는 이청용이었다. 영리한 움직임과 개인기로 상대를 압도했다. 공격 흐름을 주도하며 잇따라 골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골문을 여는 데 실패했다. 전반 23분 이동국과 2대1 패스 후 왼발 슈팅을 때렸지만 골대를 강타했다. 전반 31분에는 측면 크로스를 헤딩으로 연결했지만 빗맞았다. 후반 8분에는 골키퍼와 1대1 찬스를 잡았다.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후반 23분에는 코너킥을 오른발 발리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골키퍼 정면이었다.

위축될 필요는 없다. 경기를 읽는 눈이 탁월한 만큼 우즈베키스탄과 이란전에서 또 찬스는 올 것이다. 전문 골잡이들이 침묵하면 이청용이 나설 수밖에 없다.

이제는 골 욕심을 낼 필요가 있다. 기회를 포착하면 과감하게 응수해야 한다. 물론 수반돼야 할 것이 몇 가지가 있다. 좀 더 침착해야 한다. 레바논전에서 보여준 문전에서의 그는 너무 서두른다. 골키퍼의 움직임을 본 후 슈팅을 때려도 늦지 않다. 골에 대한 집중력도 필요하다. 체질변화가 쉽지는 않지만 한국축구를 위해 꼭 필요하다. 왜냐하면 한국 축구의 브라질행 운명이 이청용의 발 끝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5일 곧바로 귀국한 이청용도 잘 알고 있다.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았다. 경기를 준비하면서 여러 상황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다. 많은 찬스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했지만 운이 안 좋았다. 앞으로 레바논전보다 더 힘든 경기가 될 것이다. 홈인 만큼 팬들에게 좋은 경기를 보여줘야 한다. 레바논전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다음 경기인 우즈베키스탄전) 마지막 경기라 생각하고 승점 3점을 따내겠다." 믿을 건 이청용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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