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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신인 이정기 잠재력 드디어 터졌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3-06-02 16:01 | 최종수정 2013-06-03 08:15


이정기. 사진제공=부산 아이파크

잠재력이 폭발하기까지 3개월이 걸렸다. '부산의 미래' 이정기(22)가 '단디(제대로)'했다.

이정기는 1일 전북 현대와의 K-리그 클래식 13라운드에서 멀티골을 터뜨렸다. 전반 32분 선제골과 3-0으로 앞선 후반 25분 네 번째 골을 넣었다. 팀의 4대1 대승을 이끌었다.

윤성효 부산 감독의 믿음이 이정기를 깨웠다. 우선, 이정기와 윤 감독의 남다른 인연이 눈길을 끈다. 윤 감독은 숭실대 사령탑 시절 부산 유스팀(동래고) 출신 이정기를 주시했다. 1m86, 76㎏의 좋은 신체조건과 출중한 득점 감각 등을 갖춰 대형 스트라이커로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윤 감독은 2010년 이정기를 숭실대로 데려왔다. 그러나 이정기를 6개월 밖에 지도하지 못했다. 그 해 6월, 수원 삼성의 지휘봉을 잡으면서 숭실대를 떠났다. 둘의 인연은 질겼다. 윤 감독이 올시즌 고향인 부산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 이정기와 다시 만났다. 이정기는 "감독님을 다시 만나 깜짝 놀랐다. 인연이 돼 다시 만난다는 사실에 기뻤다"고 회상했다.

이정기는 윤 감독을 만나자마자 날개를 달았다. 동계 전지훈련에서 올시즌 부산의 공격을 이끌 핵심 스트라이커로 자리매김했다. 프로 데뷔는 3월 10일 경남전(0대1 패)이었다. 선발 출전이었다. 그러나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슈팅 한 개에 그쳤다. 측면 공격수와의 포지션 스위치도 활발하게 하지 못했다.

하지만 윤 감독은 실망하지 않았다. 이정기의 장점이 살아날 것이라고 믿으며 기다렸다. 경기 감각도 신경썼다. 경험을 최대한 많이 쌓을 수 있도록 출전 기회를 계속 부여했다. 외국인공격수 호드리고의 컨디션을 체크한 뒤 이정기를 선발과 교체멤버로 활용했다. 결실은 3개월의 기다림 끝에 맺었다. 이정기는 "감독님께서 믿어주시고 스스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시다보니 더 믿음직스럽게 변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 동안 10경기를 소화하면서 이정기는 '강심장'이 됐다. 여기에 거침없는 신인의 패기까지 더해져 무서울 것이 없었다. 이정기에게 전북은 더 이상 '강팀'이 아니었다. 이날 이정기는 멀티골 이외에도 후반 17분 장학영의 세 번째 골도 도왔다. 단숨에 공격포인트 3개를 기록했다.

이정기는 윤 감독과 구단에 동시에 웃음을 안겼다. 부산은 적은 실점에 비해 득점이 적었다. 임상협(5골)이 홀로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조용하던 이정기의 득점포가 가동되면서 골 결정력이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올시즌 한 경기 최다득점이 2골에 그친 부산으로써도 4골은 고무적인 성과였다.

특히 이정기는 부산 유스팀에서 성장한 선수다. 향후 부산의 10년을 책임질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팀 내 프랜차이즈 선수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높다. 이정기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의 선수다. 그래서 더 무서운 이유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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