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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연 로번(바이에른 뮌헨)에게 결승전은 악몽의 무대였다. 그는 우승 앞에서 번번히 좌절했다.
바이에른 뮌헨 소속으로 치른 2009~2010시즌과 2011~2012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조국 네덜란드 대표로 나선 2010년 남아공월드컵 결승전에서 로번은 최악의 모습을 보였다. 세계 최고의 윙어의 명성은 결승전 앞에만 서면 작아졌다. '에이스' 로번의 침묵 속에 바이에른 뮌헨과 네덜란드는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특히 지난해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보여준 활약은 로번의 '결승전 징크스'를 더욱 확실히 각인시켰다.
그러나 후반들어 로번은 침착해졌다. 14분 만주키치의 골을 도우며 감각을 예열했다. 침착한 크로스가 돋보인 장면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후반 43분 자신에게 찾아온 마지막 기회를 멋지게 살려냈다. 리베리의 패스를 받아 수비수 두명을 제친 로번은 침착한 슈팅으로 결승골을 뽑아냈다. 득점 후 로번은 한동안 골대 너머의 바이에른 서포터를 향해 긴 시간 응시했다. 마치 '지난 실수는 잊어라. 내가 로번이다'라고 말하는 듯 했다. 경기 후 로번은 누구보다 기뻐했다. 이제 지긋지긋한 2인자에서 벗어난 로번은 유럽 챔피언의 감격을 누릴 자격이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