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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없는 맨유는 상상하기 어렵다.
퍼거슨 감독의 시대는 끝이 났다. 이제 맨유는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의 손길 아래서 다시 태어나야 한다. 모예스 감독 선임에 대한 논란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긍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지만, 조제 무리뉴 감독과 같이 승리에 익숙한 감독이 맨유에 어울린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맨유는 일단 신임 감독에게는 이례적으로 6년 계약을 안기며 모예스 감독에 대한 신뢰를 보였다. 퍼거슨 감독 역시 "모든 일에서 성공이 보장된 선택은 없다. 가끔씩은 어려운 시기도 경험해야 한다. 희생 정신과 인내심이 특히 필요하다. 모예스가 얼마나 성실한 감독인지 잘 알고 있다. 축구 하나에 대해서는 매우 진지한 사람이다. 맨유 감독을 수행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며 팬들에게 모예스 감독을 지지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제 관심의 초점은 '포스트 퍼거슨' 이후 달라질 맨유의 모습이다. 일단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무리뉴 대신 모예스 감독을 선임한 이유는 기존 맨유의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서다. 맨유는 말콤 글레이저가 구단을 인수한 이후 대형 부채를 안고 있다. 퍼거슨 감독의 수완 덕에 대출금 중 상당 부분을 상환했으나 여전히 4억 유로(약 5740억원) 정도의 부채가 남아 있다. 유스팀 선수들을 발굴, 육성해야 함은 물론 선수 영입 및 판매에 있어 영리한 운영이 필요하다. 모예스 감독은 유소년 육성과 선수 영입에 있어 탁월한 안목을 자랑한다. 에버턴 유스 출신의 웨인 루니, 잭 로드웰 등은 모예스 감독의 작품이다. 에버턴 시절 없는 살림 속에서도 팀 케이힐(220만유로)과 미켈 아르테타(280만유로), 졸레온 레스콧(650만유로), 필 자기엘카(600만유로), 스티븐 피에나르(300만 유로), 니키차 옐라비치(700만 유로) 등을 영입하는 수완을 보였다. 모예스 감독은 클럽을 이끌어나가는 리더로서 장기적인 비전과 추진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퍼거슨 감독과 비슷하다. 맨유가 향후 몇년간 퍼거슨 감독의 직간접적인 영향력 하에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모예스 감독 체제하에서 급진적인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긱스, 리오 퍼디낸드 등 맨유에서 잔뼈가 굵은 노장들과 어떤 관계를 이어갈지도 변수다.
과거 맨유 감독직을 수행했던 톰 도커티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모예스에게 축하를 보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가 불쌍하다. 어떻게 불가능의 뒤를 이을 수 있겠나"고 했다. 퍼거슨 감독의 뒤를 잇는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상당한 부담이라는 말이다. 중소 클럽을 이끌었던 모예스 감독이 맨유같은 빅클럽을 운영하는 노하우가 없다는 것도 불안요소다. 그러나 포스트 퍼거슨은 언젠가 맨유에게 다가올 숙명이었다. 에버턴과 달리 거금을 손에 쥔 모예스 감독이 어떻게 맨유를 바꿔놓을 것인지. 해외 축구팬들의 흥미를 자극할 수 있는 부분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