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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함은 떨어졌지만, 견고해졌다.
그러나 여름이 다가오면 경기력이 저하된다. 체력 때문이다. 섬팀의 특수성 때문이다. 섬이 연고지인 제주는 원정 이동거리가 다른 팀보다 길다. 기상상황에 따라 공항에서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원정에 따른 피로가 다른 팀 보다 클 수 밖에 없다. 이러면 화려한 플레이 스타일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한다.
올시즌은 다르다. 험난한 여름을 넘을 수 있는 큰 무기가 생겼다. 견고함이다. 사실 화려함만 놓고 본다면 지난시즌에 미치지 못한다. 특유의 패싱게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플레이메이커' 송진형이 다소 부진하다. 산토스의 공백을 메워줘야 하는 페드로는 패스보다는 드리블에 능한 선수다. 박경훈 감독도 패싱게임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 동의했다. 그는 "지난시즌에 비해 좌우 측면 공격수들을 더 넓게 벌렸다. 공격진에서도 내려와서 볼을 받아주던 산토스까지 없어 전체적으로 미드필드가 넓게 퍼진 모습이 있다. 짧은 패스가 잘 안되는 이유 중 하나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겨우내 수비진에 많은 공을 들였다. 그 노력의 결과다. 지난시즌 경험을 쌓은 오반석이 제 몫을 다해주고 있으며, 올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이 용은 매경기 최고의 활약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홍정호가 복귀했고, 마다스치도 언제든 투입이 가능하다. 대구에서 영입된 박준혁은 올시즌 최고의 골키퍼로 불릴만큼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공격이 강한 팀은 팬들을 즐겁게 하고, 수비가 강한 팀은 감독을 웃게 한다'는 스포츠의 격언이 있다. 제주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견실한 수비로 매경기 승점을 쌓고 있다. 토대를 단단히 만든 이상 급격히 흔들리는 모습은 없을 것이다. 제주발 돌풍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