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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가분한 표정은 여느 또래 청년과 다르지 않았다. 유독 더 밝아 보인 것은 스스로 해냈다는 자부심 때문일지도 모른다.
거칠기로 소문난 챔피언십은 김보경을 강하게 만들었다. 빠르고 스피드가 좋은 측면 공격수라는 선입견을 떨쳐냈다. 멜키 맥카이 감독의 조련과 주변의 도움 속에 꾸준히 실력을 쌓았다. 시즌 막판에는 중앙 미드필더로 변신해 팀 상승세를 이끌며 멀티 플레이 능력을 과시했다. 김보경은 "(챔피언십에서 한 시즌을 치르면서) 프로라는 책임감이 커졌다. 팀에 능력 좋은 선수들이 많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면서 "경기에 못 나가던 시절엔 힘들었지만, 기다림 끝에 좋은 성과를 이뤄낸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프리미어리그(EPL) 같은 큰 무대에서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이뤄지고 보니 더 잘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들었다"고 밝혔다. 또 "맥카이 감독은 '휴식기간 더 성장해서 오라'는 말을 했는데, 그 말을 들으니 더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오프시즌 컨디션 유지에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김보경은 "다음 시즌엔 선수가 많이 바뀌고 팀 색깔도 변화할 것 같다"면서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 최선을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보경에게 A대표팀은 아픔이지만, 성숙한 계기이기도 했다. 지난 2월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에서 제외됐으나, 이후 카디프에서의 역할은 더욱 커졌다. 김보경은 "대표팀에 제외될 당시엔 아쉬움이 많았지만, 내가 부족했던 탓이기에 후회는 없다. 대표팀 제외를 통해 나를 돌아볼 수 있었고, 팀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며 "다시 기회가 온다면 대표팀에서 실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오랜만에 고국 땅을 밟은 김보경이다. 타지 생활에 물들 법 했지만, 마지막에 나온 답은 영락없는 '토종 청년' 다웠다. "느끼한 음식을 많이 먹었다. 재료를 못 구해서 해먹지 못한 것도 많다. 시원하게 국밥 한 그릇 먹고 싶다."
인천공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