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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없이 성적 없다' 포항의 ACL 탈락은 예고된 참사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3-04-30 21:36


◇지난 6일 오후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포항-인천 간의 2013년 K-리그 클래식 경기에서 인천 디오고(오른쪽)가 포항 박희철의 패스를 피해 드리블 하고 있다. 포항=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황선대원군'의 한계는 아시아 무대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포항은 30일 포항스틸야드에서 벌어진 분요드코르(우즈베키스탄)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G조 최종전에서 1대1로 비겼다. 이날 승리해야 16강행을 바라볼 수 있었던 포항은 승점 1점을 추가하는데 그치면서 승점 7점(1승4무1패)으로 분요드코르와 베이징 궈안(중국)에 밀려 탈락의 쓴 잔을 마셨다.

예고된 참사였다. 열매가 잘 자란 밭이 물을 뿌리지 않아도 클 수 있는 것으로 착각했다. 포항은 올시즌을 앞두고 국내파로만 시즌에 돌입하는 방침을 세웠다. 세계 철강경기 위축으로 모기업 포스코가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였다. 그러나 2013년 예산은 이전 해와 비교해 크게 뒤쳐지는 수준은 아니었다. 최근 공개된 구단별 국내선수 인건비 현황에서 포항은 연봉 전체 4위, 기본급과 승리수당, 출전수당에선 3위였다. 기업 구단 중에서도 상위 클래스에 속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전 해에 비해 더욱 어려운 싸움을 펼치는 팀에 대한 투자는 더 이상 없었다. 황선홍 포함 감독은 "투자 대비 성과가 큰 외국인이 아니라면 국내파를 중용하는게 맞다"며 올시즌을 도전으로 여기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겨우내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간 뒤였다.

ACL에서 드러난 한계는 분명했다. 승부처에서 자신있게 내놓을 만한 카드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중원의 핵 황진성이 병역 문제로 국내에 발이 묶인 상황에서 또 다른 축인 이명주에게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박성호 고무열 배천석이 전부인 킬러 자원 부족도 문제였다. 시즌 초 부상한 유창현의 공백이 어려움에 한 몫을 했다. 득점포는 서서히 무뎌졌다. 황 감독이 제로톱, 투톱을 잇달아 실험했으나 달리 돌파구가 없었다. 분요드코르와의 G조 최종전 역시 외국인 선수 부재에 대한 아쉬움이 컸던 승부다. 황 감독은 박성호 고무열 배천석 뿐만 아니라 노병준 조찬호 황진성 이명주까지 가용한 공격 자원을 총동원 했다. 그러나 잘 짜여진 분요드코르 수비를 부수는데 한계가 있었다. 승부처에서 흐름을 바꿀 만한 재능을 갖지 못한 채 싸우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앞선 조별리그 5경기를 통해 이미 전력이 파악된 마당이었다. 순간 번쩍일 수 있는 재능이 필요했다. 황 감독은 경기 후 속내를 드러냈다. "나는 괜찮다. 선수들은 아마 아쉬움이 많이 남을 것이다. 사실 올시즌 득점을 할 수 있을 때 잘 하지 못했다. 앞으로도 어려움이 클 것이다. 해결사가 없는 상황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선수들이 하나로 어우러져 이겨내는 점을 고맙게 생각한다. 우리 선수들이 용기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ACL을 통해 포항은 투자라는 뼈저린 교훈을 얻었다. 클래식에서 불안한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으나, 갖가지 변수가 도사린 후반기 일정에서도 성공을 장담하긴 힘들다. 자기성찰을 통한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포항을 밀어내고 G조 2위를 차지한 베이징 궈안은 E조 1위를 확정지은 FC서울과 16강에서 맞붙게 됐다.

이미 16강 진출에 실패한 H조의 수원은 이날 원정에서 열린 귀저우(중국)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2대2로 비겼다. 수원은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승점 4점(4무2패)으로 올시즌 ACL 무대를 마감했다.
포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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