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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지긋지긋한 원정 징크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3-04-29 15:44 | 최종수정 2013-04-30 07:48



"이번에는 이길줄 알았는데, 참 안되네요."

박경훈 제주 감독의 한숨이 길어지고 있다. 지긋지긋한 원정징크스가 다시 한번 발목을 잡고 있다. 제주는 27일 대구 원정길에 나서 후반 부진한 경기 끝에 1대1 무승부를 거뒀다. 최근 4번의 원정경기에서 2무2패다. 올시즌 3번의 홈경기서 2승1무의 성적을 거둔 것과 비교하면 처참하다. 한시즌의 절반은 원정경기다. 제주가 올시즌 목표로 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위해서는 반드시 원정징크스를 넘어야 한다.

사실 제주의 원정징크스는 한두해 문제가 아니다. 지난 시즌에도 제주는 홈에서 14승3무6패의 성적을 올린 반면, 원정에서는 3승12무7패에 그쳤다. 원정에서 조금만 더 성적이 좋았다면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티켓 획득도 가능했다. 박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원정징크스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럭비팀이 만든 원정 경기에 대한 분석집을 찾아 보기도 했다. 올시즌을 앞두고는 원정식 맞춤 전술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전남과의 원정 개막전에서 1대0 승리를 거두며 효과를 보는 듯 했다. 그러나 허사였다. 반드시 잡아야 하는 대전, 대구와의 경기에서도 무승부에 그쳤다. 박 감독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팀간 대결에서 승리를 못하니 아쉽다. 우리가 극복해야 하는 징크스지만 야속하기만 하다"고 했다. 사실 제주에서 원정길은 쉬운 여정이 아니다. 공항에서 짐 싣고, 대기하는데 한시간이 소요된다. 팀사정을 생각해 빽빽한 저가항공을 타고 내리면 진이 빠진다. 여기에 공항이 근처에 있는 곳이라면 상관없지만, 광양 등은 다시 한번 버스로 이동해야 하는 두배의 고충이 있다. 박 감독은 "남들이야 1년에 한번이면 되지만 우리는 절반을 이렇게 다녀야 한다"고 했다.

원정 징크스는 섬팀들이 겪는 고충 중 하나다. 실제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섬팀 마요르카, 이탈리아 세리에A의 팔레르모 모두 원정성적이 좋지 않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마요르카의 홈 평균 승점은 1.91점인 반면 원정 평균 승점은 0.86점이다. 프리메라리가의 홈 평균 승점은 1.77점, 원정 평균 승점은 1점이다. 팔레르모 역시 홈에서는 평균 2점의 승점을 벌어들인 반면, 원정에서는 0.88점에 그쳤다. 세리에A 홈 평균은 1.69점, 원정은 1.04점이었다. 타팀에 비해 긴 이동경로와 적응에 따른 어려움 등이 이유로 꼽힌다.

그러나 목표를 위해서는 극복해야 한다. 제주는 2010년 같은 조건이었지만 돌풍을 이어가며 준우승을 거뒀다. 보다 전략적인 접근으로 원정 징크스를 꺾어야 한다. 박 감독도 이를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다. 올시즌 제주의 목표달성 여부는 원정 성적에 달려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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