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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중 펼쳐진 챔스 준결승 1차전 두 경기가 시사하는 바는 상당히 컸다. 탄탄한 리그 구조를 기반으로 성장해온 분데스리가가 라리가의 상징적인 두 팀에 각각 4골씩 총 8골을 종합선물세트로 선사했고, 우리는 그 속에서 유럽 축구의 패권이 이동하고 있음(이미 이동했을지도 모르는)을 생생히 목격했다. 상대를 무자비할 만큼 때려 부수던 뮌헨의 저력도 익히 알고 있었고, '신계'에 속했다며 찬사를 받던 바르샤에 약간의 균열이 일고 있음도 인지했지만, 그렇다고 그 정도로 무기력하게 무너질 거라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터. 이제 관심이 가는 건 바르샤가 캄 누에서만큼은 뮌헨을 뚫을 수 있느냐다. 결승행은 그다음 얘기 아닐까.
바르샤가 앞으로 나오려 할 때, 뮌헨이 보인 움직임을 되돌아보자. 기존에 뮌헨을 상대한 팀들은 앞선에서부터 형성된 숨 막히는 수비 블럭에 상당히 고전했는데, 이에 반해 바르샤는 해당 지점을 통과해 전진하는 데 어느 정도는 성공했다. 그런데 그다음이 문제였다. 슈바인슈타이거-하비 마르티네즈 라인이 단테-보아텡 중앙 수비 라인 앞을 견고히 둘러쌌음은 물론, 위에서부터 부지런히 내려온 공격진도 공간을 좁혀 바르샤를 가두었다. 로벤은 알바의 전진에 꾸준히 제동을 걸었고, 최전방 고메즈도 부지런히 뛰며 메시를 견제했으며, 리베리는 아예 페널티박스까지 내려와 알베스를 겨냥한 롱패스를 머리로 걷어냈기까지 했다. 뮐러 역시 공이 컸음은 물론, 이러한 공격진들의 수비 가담은 두 팀의 가로채기 개수(뮌헨 19 vs 바르샤 7)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실제 몇 km를 뛰었느냐는 통계적 수치를 떠나 수비적으로 주효한 플레이를 이 정도로 펼쳐줄 수 있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일. 그런데 더욱 무서운 건 수비 이후에 일어났다. 어쩌면 이 부분이 두 팀의 가장 큰 차이기도 했는데, 산체스-메시-페드로를 전방에 배치한 바르샤는 뮌헨이 구사한 만큼의 전방 압박 강도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만큼 수비 진영에서 치고 나오는 뮌헨의 공격 전환 템포가 빨랐다는 방증이기도 하겠는데, 최소한의 방해로 템포를 지연을 시키지 못했던 역습의 속도엔 불이 붙었고, 바르샤 진영에서는 바르샤 3~4 vs 뮌헨 3~4 정도의 수적 싸움이 계속해서 일어났다. 그나마 피케가 어느 정도의 역할은 해줬기에 망정이지, 더욱 처참히 무너질 가능성도 꽤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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