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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파죽질주 포항, 황선홍이 보는 현재와 미래는?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3-04-17 09:57 | 최종수정 2013-04-17 09:57


◇분요드코르 원정에서 포항이 얻은 것은 단지 승점 1점 만이 아니다. 지난 9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렸던 대전 시티즌과의 경기에서 황선홍 감독이 득점에 성공한 조찬호와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포항 스틸러스

"계획대로 가고 있기는 한데 조금 빠른 감이 있죠."

포항 스틸러스의 무패 행진을 진두지휘하는 황선홍 감독은 담담하다.

지난해 후반기 포항은 파죽지세였다. 전반기에는 K-리그 무승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16강 진출 실패로 쓴맛을 봤다. 전화위복이었다. 후반기 무패 행진을 달리면서 리그 3위까지 치고 올라섰다. FA컵에서는 우승을 거머쥐면서 ACL 본선행을 확정 지었다. 황 감독의 지도자 데뷔 첫 우승이었다. 포항은 올 시즌 첫 경기였던 베이징 궈안(중국)과의 ACL 홈 경기에서 0대0으로 비기면서 불안감을 노출했다. 그러나 16일 강원FC와의 K-리그 클래식 7라운드까지 11경기 연속 무패(5승6무)를 기록하면서 힘을 과시 중이다. 외국인 선수 한 명 없은 악조건 속에서도 승승장구하는 포항을 두고 '황선대원군' '스틸티카' 같은 기분좋은 수식어가 붙고 있다.

황 감독은 과연 이런 상황을 예상했을까. "올 시즌 전지훈련에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으나, 사실 확신은 없었다. 분요드코르 원정 무승부(2대2)가 (전력에 대한) 확신을 갖는 계기가 됐다." 한정된 스쿼드로 한 시즌을 치르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다. 포항은 더블 스쿼드까지 구축할 정도로 선수층이 풍부하지 않다. 기존 라인업에서 많게는 4~5명 변화를 주는 식으로 돌파구를 만들어 가고 있다. 황 감독은 "지금은 1~2 포지션 정도 공백이 생겨도 대체자 역할을 해 줄 선수는 충분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시즌은 인생과 같다. 기쁨이 있으면 슬픔도 있기 마련이다. 한 시즌 내내 구름 위를 걸을 수는 없다. 때문에 예상보다 빨리 찾아온 호성적이 되려 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해 황 감독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지난해의 아픔에서 얻은 교훈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 그는 "사실 지난해 전반기에 망가진 것은 성적에 욕심을 냈기 때문이다. 때문에 좀 더 잘 해보겠다고 달려들어 밸런스가 무너졌고, 상대가 거칠게 나오면 싸우기 바빴다"며 "욕심이 나도 참으려고 애를 쓴다. 괜히 벤치에 앉혀놓으면 쓰고 싶을까봐 아예 명단에 넣지도 않는다. 아직까지는 내려놓기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웃었다.

황 감독이 최근 관심을 쏟는 부분은 위기 관리다. 무패 흐름이 끊기고 부상, 경고누적 등 라인업 구상 변수가 발생했을 때 과연 어떤 수를 내놓느냐는 것이다. 그는 "선수들과 '한 경기를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터무니 없는 경기는 하지 말자'고 했다. 지금까지 선수들이 잘 지켜주고 있다"며 여러가지 수를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변화도 고심 중이다. 지난 주 경남FC전에서 박성호와 배천석을 나란히 세우는 투톱 실험을 했던 황 감독은 강원전에서는 지난해 후반기 바람몰이를 했던 제로톱을 다시 꺼내 들었다. 로테이션 문제도 있으나 강원전에 앞선 세 경기서 모두 1득점에 그쳐 결정력 문제를 지적 받았던 것과 무관치 않다. 황 감독은 "유창현이 부상에서 복귀하면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이는데, 어려움이 있다"면서 "타깃자원이 부족하다. 부상 등 변수에 대비할 수 있는 대비책 마련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황선홍식 축구의 완성도가 어느 때보다 높은 시점이다. 황 감독 본인의 생각은 어떨까. "80점 이상은 못 줘요. 트레블(3관왕) 정도 하면 나머지 20점을 줄 지도 모르죠(웃음)."
강릉=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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