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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의 왜?]전반은 최용수, 후반의 서정원이 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3-04-14 17:52


시즌 첫 슈퍼매치가 펼쳐졌다! 수원과 서울의 2013 K리그 클래식 경기가 1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서울 최용수 감독이 어필을 하는 수원 서정원 감독을 바라보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4.14/

대행 꼬리표를 뗀 첫 해인 지난해 K-리그 챔피언에 오른 최용수 FC서울 감독(42)의 옥에 티는 '슈퍼매치의 저주'였다.

유일하게 승리하지 못한 구단이 라이벌 수원이었다. 2011년 4월 대행으로 서울의 지휘봉을 잡은 후 정규리그와 FA컵에서 6차례 맞닥뜨렸다. 1무5패였다. 지난해 11월 5연패의 사슬을 끊었지만 1% 부족했다. 최 감독이 코치시절을 포함하면 수원전 8경기 연속 무승의 늪(1무7패)이었다. 그의 새로운 파트너는 서정원 감독(43)이었다. 서 감독은 올해 수원 사령탑에 올랐다. 감독으로 슈퍼매치는 첫 경험이었다.

수원과 서울이 1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충돌했다. 2013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6라운드, 서울은 벼랑 끝이었다. 클래식 첫 승(3무2패)을 염원했다. 4승1패로 선두를 질주하던 수원은 서울만 꺾으면 거칠 것이 없었다. 1대1, 희비는 엇갈리지 않았다. 서울은 전반 19분 데얀이 선제골을 터트렸다. 수원은 설상가상, 후반 39분 정대세가 경고 2회로 퇴장당했다. 수적 열세였다. 서울의 압승이 예상됐지만 축구공은 둥글었다. 수원은 후반 42분 라돈치치의 동점골로 기사회생했다. 온도 차는 명확했다. 서울은 아쉬움, 수원은 환희였다.

최용수의 변칙에 놀란 수원

최 감독은 변화를 선택했다. 차두리, 깜짝 카드를 꺼내들었다. 걷돌던 몰리나와 실수를 반복하고 있는 김용대를 선발에서 제외하는 초강수를 던졌다. 최 감독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차두리는 연습경기에서 90분 소화하는 것을 보니 경기력 외에 큰 경기에서 필요한 경험, 소통 등 강점이 보이더라. 팀 전체가 안정감이 있어지는 것을 느꼈다. 유상훈은 안정감이 있었다. 공중볼에 대비하는 차원이었다. 몰리나는 3년 만에 첫 선발 제외였다. 마음이 아팠지만 몰리나는 희생을 감수해줬다"고 설명했다. 4-4-2, 데얀과 에스쿠데로가 투톱을 형성했다. 김주영의 경고 누적 결장으로 아디가 중앙수비에 포진한 가운데 김치우가 왼쪽 윙백에 섰다.

서 감독은 4-4-2 시스템을 접고, 4-1-4-1 카드를 꺼내들었다. 큰 변화는 아니었다. 중앙 미드필더 강화에 초점을 뒀다. 서 감독은 "중원 싸움에서 지지 않기 위해 조지훈 박현범 오장은을 넣었다"고 했다.

전반 서울의 대변화가 흐름의 중심이었다. 그라운드를 지배했다. 데얀의 선제골로 발걸음이 가벼웠다. 전반 볼점유율은 54대46으로 서울의 일방적인 경기였다.

돌발변수는 정대세의 퇴장


정대세의 퇴장은 돌발변수였다. 서 감독의 위기대응능력이 빛을 발했다. 전반 44분 조지훈 대신 김대경을 투입했다. 중앙 미드필더 숫자를 2명으로 줄였다. 스테보를 원톱, 김대경을 왼쪽 날개에 세웠다. 4-4-1이었다. 파상공세가 예상됐지만 서울의 흐름도 끊겼다. 수적 우위의 자만일까,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몰아칠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그라운드의 11대10은 숫자에 불과했다.

최 감독은 "수적 유리함이 오히려 독이 되지 않았나 싶다. 시간이 가면서 집중력이 흐려졌다. 정대세가 퇴장 당한 이후 볼점유율을 높여가면 플레이를 하자고 주문했는데 그게 제대로 안됐다. 상대 높이에 힘들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서 감독은 "전반이 끝난 후 선수들이 동요하는 부분,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상황이어서 안정을 많이 시켰다. 한 명이 없어도 후반에 우리 것을 하면 찬스가 올 것으로 생각했다. 조직력이 흐트러지면 안된다고 했다. 팀이 더 무너질 수 있었다. 유지를 하면 더 좋은 결과가 올 것이라고 얘기했다.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점이 수원 다운 모습이었다"며 웃었다.

서정원의 끈기, 승부를 돌려세우다

서울은 후반 20분 고요한이 추가골을 터트렸지만 파울이 선언됐다. 오심에 가까운 아쉬운 판정에 땅을 쳤다. 수원은 10명으로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한 골차는 사정권이었다. 언제든지 만회할 수 있었다. 관심은 라돈치치의 투입 시점이었다. 서 감독은 끈기있게 버티다 후반 37분 결국 카드를 뽑았다. 신의 한수였다. 그는 "급하게 빨리 투입하다보면 수비에 문제가 있을 수 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을 가져가돼 마지막에 승부수를 띄워야 된다고 생각했다. 15분 정도 남았을 때 라돈치치를 투입한 것이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3명을 수비에 두고 투톱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화답했다. 라돈치치는 후반 42분 스테보의 크로스를 헤딩으로 연결했다.

서울은 경기 종료 직전 또 한번 오심의 덫에 걸렸다. 데얀이 슈팅한 볼이 페널티에어리어내에 포진한 수원 선수의 팔에 걸렸지만 휘슬은 고요했다. 그러나 오심도 경기의 일부분일 뿐이다. 최 감독은 "이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동점골을 허용해 아쉽다.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냉정하게 풀어갈 수 있는 응집력이 필요했다. 결과는 아쉽지만 다음에 기회가 있다.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겠다"며 쓸쓸히 발걸음을 돌렸다.
수원=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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