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등 위기의 해리 레드냅 QPR감독이 절박하다. 오죽하면 줄곧 입어오던 구단 양복과 넥타이를 내다버렸다.
레드냅 감독은 스스로 인정한 대로 미신, 징크스에 약하다. 2010년 토트넘을 리그 4위에 올리며 구단 역사상 최초로 유럽챔피언스리그행을 이끌었다.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하는 등 최고의 시즌을 맞은 직후 그의 징크스가 공개됐다. 팀이 상승세를 타고 있을 때 옷을 갈아입지 않는다. 경기때 똑같은 양복과 넥타이를 고수한다. 차도 똑같은 자리에만 주차한다. 부인인 산드라가 FA컵 준결승에 왔을 때 경기에 패하자, 부인에게 경기장을 찾지 말아달라고 부탁까지 했을 정도다.
절박하다. 기적이 필요한 때다. 레드냅은 "이번주에 내 구단양복을 버렸다. 슈트, 셔츠, 타이 다 버렸다. 이번주에 다 내다버렸다. 나는 심각하다"고 말했다. 양복을 내다버리면서 불운, 부진까지 통째로 내다버렸다는 뜻이다. "나는 아내와 45년을 살았다. 내 아내는 내 삶에서 가장 좋은 것이기 때문에 그녀를 버릴 수는 없다. 아내만 빼고 다른 모든 것을 내다버렸다"고 덧붙였다. "바보같은 일이지만, 본머스 시절 나는 구단 슈트를 입고 26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한 적이 있다. 이옷을 입으면 이기고 저옷을 이기면 지고 하는 것이. 골을 넣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 바보같은 일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줄곧 그래왔다"고 말했다.
박지성과 윤석영의 QPR은 현재 승점 24로 19위에 머물러 있다. 에버턴, 스토크시티, 레딩, 아스널, 뉴캐슬, 리버풀과의 6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불운의 양복까지 내다버린 레드냅의 절박함이 통할까. 13일 밤 11시, 리그 6위 에버턴 원정에서 기적의 가능성을 시험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