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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메시 투입 전후'로 나뉜 바르샤의 4강행

박아람 기자

기사입력 2013-04-11 09:24 | 최종수정 2013-04-11 10:40



일주일 전,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PSG 원정에서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반전만 소화했던 메시가 홈에서 열린 2차전에서는 아예 벤치 멤버로 경기를 시작했다. 그동안 이 선수가 철강왕 수준으로 경기를 소화했기 때문에 '메시 없는' 바르샤가 어느 정도 클래스 있는 팀을 상대하는 모습을 거의 보지 못했던 게 사실. 더욱이 바르샤답지 못한 플레이 속 PSG 파스토레에 선제골까지 내주며 끌려갔으니 "메시 의존증이 있는 건 사실"이라던 이니에스타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였다. '메시의 유무에 따른 바르샤 경기력'을 테스트해볼 수 있는 모든 여건이 마련된 경기, 후반 16분부터 그라운드에 나선 메시는 자신의 가치를 몸소 증명해 보였다.

메시 없는 바르샤, 이빨 빠진 티키타카.

메시가 없다 해도 이번 2차전이 열린 곳은 캄 누였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바르샤가 맞나 싶을 정도로 경기력의 차이는 컸다. 본격적인 얘기에 앞서 전제해야 할 점은 PSG가 절대 아래로 물러서지 않았다는 것. 오히려 중앙 미드필더 베라티-티아고 모타가 전진하면서 중앙 수비 티아고 실바-알렉스 라인 앞으로 공간이 생겼고, 평소의 바르샤라면 이 진영을 초토화하는 연계 플레이로 융단 폭격을 퍼부을 수 있을 정도였다. 어쩌면 16강에서 겪었던 '밀란 자물쇠'보다 라인 사이가 헐거웠고, 상대 진영으로 진입하는 장벽이 그리 높지 않았던지라 직접 뛰는 선수들이 체감했던 압박의 정도도 상대적으로 낮지 않았을까 싶다.

그럼에도 PSG를 제대로 공략할 수 없었던 이유, 메시가 빠진 최전방과 피케의 본래 짝이 없었던 최후방에서부터 피어난 불안감이 팀 전체의 안정을 헤쳤다는 점부터 꼽고 싶다. 여느 때와 달리 패스미스가 상당히 많이 나왔고, 볼 처리 역시 깔끔하지 못해 상대의 먹잇감이 되기 일쑤였다. 공격 전환 중 볼을 빼앗긴 뒤에는 중거리 슈팅을 쏘아대려는 상대를 막기 위해 수비에도 적극적으로 매달려야 했으니 능동적으로 볼의 흐름을 이어가던 평소와는 많이 달랐다. 전방에서 끊임없이 패스를 주고받으며 늘려나간 볼 점유율이 아니라 공격 루트를 찾지 못해 주로 후방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쌓은 점유율은 승리를 거두는 데 별 보탬이 되지 않았다.

상대 진영에서 패스가 오랫동안 이어질 수 없었던 데에는 '펄스 나인 그 이상'을 보여주던 메시의 부재가 치명적이었다. 공간이 꽤 생겼다고는 하지만 메시처럼 수시로 내려와 라인 사이에서의 볼 흐름을 이어가며, 특유의 드리블로 상대 수비수를 단번에 2~3명씩 끌어낼 수 있는 자원이 없었다. 16강 2차전 밀란전에서 상대 선수 4~5명에게 둘러싸였음에도 기막힐 만큼 빠른 타이밍으로 선제골을 뽑아낸 메시의 클래스를 기대한 건 아니었다. 다만 바르샤 못지않게 잔 실수가 많았던 PSG에 직접적인 위협을 안길 만큼의 연계가 나오지도 못했고, 비야와 파브레가스가 쏘았던 페널티박스 언저리에서의 슈팅도 계속 공중으로 뜬 게 문제였다. 패스의 흐름을 마무리 짓지 못하는 '이빨 빠진 티키타카'가 됐을 때, 신계의 축구 대신 '인간계의 축구'만이 남았다.


완전치 않았던 메시, 그럼에도 확 달라진 바르샤.

공격 전개의 날이 무뎠음은 물론 전방 압박에서도 효과를 거두지 못한 바르샤. 이를 상대로 끊임없이 살아있는 패스 줄기를 제공한 베라티와 드리블을 곧잘 쳐내며 바르샤 수비를 뒤흔든 루카스 모우라의 PSG. 여러 번의 공격 시도로 찬스를 꽤 잡아냈지만, 결정력에서 아쉬움을 남겼던 이들은 후반 5분 이브라히모비치의 패스를 받은 파스토레가 선제골을 성공시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8강 대진 추첨 당시 바르샤를 만나 절망하던 그들과 선제골 이후 환호하던 그들은 전혀 달랐고, 이후 바르샤를 더욱더 강하게 몰아치기 시작했다. 전반전 내내 손톱을 물어뜯다가 실점 직후 축구화 끈을 조여 매던 메시가 등장했던 후반 16분까지 말이다.

이 선수가 투입된 뒤 비로소 상대 플랫4 앞으로의 볼 투입이 이뤄졌고, 패스를 받아 다른 곳으로 뿌려주고 또다시 뛰어들어갈 빈공간을 찾는 움직임이 따르자 바르샤다운 플레이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메시가 투입된 지 10분이 채 지나기도 전, 이 선수를 의식한 상대 선수 2~3명이 몰렸을 때 비야를 향한 전진 패스가 이뤄졌고, 이후 뒤에 있던 페드로는 동점골을 뽑아냈다. 이 상황에서 페드로가 다소 자유롭게 슈팅을 날릴 수 있었던 것도 볼을 갖고 있었던 메시에게 상대가 몰렸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후 볼을 소유해나간 바르샤를 상대로 PSG는 파울을 하게 됐고, 그 시간만큼 공격적인 기회를 잡기 힘들었다. 다리를 저는 모습도 보였고, 바로 앞 공간에도 압박을 가하지 못할 만큼 몸 상태가 안 좋아 보였지만, 함께 그라운드를 밟고 있는 것만으로도 메시는 엄청난 존재였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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