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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13년만 잠실벌 A매치 개최, 그 이유는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3-04-09 17:35


잠실종합운동장. 스포츠조선 DB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이 다시 한 번 붉은 함성으로 가득 차게 됐다.

대한축구협회는 7월 28일 오후 8시 잠실종합운동장에서 한국과 일본의 2013년 동아시아컵 남자부 3차전을 개최한다고 9일 발표했다. 1차전은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호주와, 2차전은 24일 경기도 화성종합타운에서 중국과 벌인다. 잠실벌 A매치는 2000년 5월 유고와의 친선경기 이후 13년 2개월만이다.

옛 추억을 살린다

협회는 왜 갑자기 '잠실벌 카드'를 들고 나왔을까.

시대가 바뀌었다. 2001년 개장 이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의 A매치는 흥행보증수표였다. 2001년과 2002년에는 평균관중이 6만명을 넘겼다. 2007년까지 서울월드컵경기장 A매치는 평균 4만명 이상이 들어찼다.

하지만 2008년 이후 서울월드컵경기장 A매치는 더이상 흥행보증수표가 아니었다. 2008년 처음으로 평균 관중이 3만명대로 떨어졌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반짝 흥행에 성공했지만 다시 평균관중은 3만명대가 됐다. 3월 열린 카타르와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경기에도 3만7222명에 그쳤다. 넘쳐나는 A매치에 서울 축구팬들은 익숙해졌다. 여기에 팬들의 눈높이도 높아졌다. 약팀과의 경기는 더 이상 인기가 없다. 실제로 2008년 9월 요르단전은 1만6537명, 2009년 8월 파라과이전은 2만2631명의 관중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대한축구협회로서는 떨어지는 인기를 만회하기 위해 다양한 카드를 선보였다. 지방경기의 비중을 늘렸다. 각종 이벤트를 열고 인기 가수를 초대하는 등 홍보 활동에도 나섰다.

'잠실벌 개최'는 A매치 인기 회복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잠실종합운동장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 1994년 미국 월드컵,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예선은 물론이고 A대표팀의 경기들이 줄줄이 열린 곳이다. 조광래 김주성 최순호 황보관 허정무 황선홍 등 웬만한 옛 스타들은 모두 잠실벌에서 골을 넣고 포효했다. 동아시아컵의 하이라이트가 될 한-일전 잠실 개최를 통해 올드팬들의 향수를 자극할 생각이다.


잠실종합운동장 부활 여부의 잣대

서울시의 의지도 담겨있다. 서울시에게 잠실종합운동장은 골칫거리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이 개장한 뒤 잠실종합운동장은 육상대회나 시민 체육대회, 가수들의 야외공연장으로 전락했다. 그럼에도 지난 5년간 523억원의 적자를 냈다. 해답은 '경기 유치'였다. 정기적으로 경기가 열리면 활용가치가 올라간다. 이용료는 물론이고 광고 수익 등을 통해 적자폭을 줄일 수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잠실연고 프로축구단 유치'다.

뛰어난 접근성이 가장 큰 무기다. 서울을 순환하는 지하철 2호선이 지난다. 인근 잠실과 강남은 교통의 요지다. 내부 시설도 싹 다 갈았다. 서울시는 작년 10월부터 15억원을 들여 잔디를 전면교체하고 라커룸과 샤워시설도 새로 지었다. 육상트랙이 있는 종합운동장이어서 경기 관전에 다소 아쉬움은 있지만 무난하다는 평가다. 서울시에게 이번 한-일전은 잠실종합운동장 부활 여부의 잣대인 셈이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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