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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세(29·수원)는 강렬하다. 짧은 스포츠형 머리와 까무잡잡한 피부, 찢어진 눈, 광대뼈가 툭하니 튀어나온 얼굴로 사람들을 압도한다. 바늘로 찔러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을 인상이다.
정대세는 한 때 잘나가던 공격수였다. 2006년 가와사키 프론탈레에서 프로 데뷔했다. 2007년 12골, 2008년 14골, 2009년 15골을 넣었다. 2010년 여름 독일 분데스리가 2부리그 보훔으로 진출했다. 2010~2011시즌 25경기에 나서 10골을 넣었다. 2011~2012시즌 전반기에도 14경기에서 4골을 기록했다. 실력을 인정받았다. 2012년 1월 31일 쾰른으로 이적했다.
잘못된 선택이었다. 정대세는 경기 출전 기회도 제대로 잡지 못했다. 2011~2012시즌 남은 기간 동안에 5경기 출전에 그쳤다. 2012~2013시즌 상반기에도 5경기에 나서는데 그쳤다. 물론 골도 없었다. 가가와 신지(맨유, 당시 도르트문트)나 우치다 아스토(샬케04) 손흥민(함부르크)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등 잘 나가는 다른 선수들을 보니 더욱 자신이 초라해졌다.
새로운 땅에 온 정대세는 의욕이 넘쳤다. 운동량을 늘리며 몸을 끌어올렸다. 동계 전지훈련 기간동안 선수단에서 가장 많은 6골을 넣었다. 시즌 개막 후에도 좋은 몸상태를 유지했다. 몸싸움과 위치 선정, 동료 선수들과의 움직임은 흠잡을 데 없었다. 다만 골이 문제였다. 정대세의 슈팅은 번번이 골문을 빗나갔다. 3일 가시와 레이솔(일본)과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경기에서는 페널티킥을 2개나 놓쳤다. 2대6 대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자신감은 한없이 줄어들었다.
대구전을 앞두고 서정원 수원 감독이 정대세를 불렀다. 서 감독은 "골에 대해 신경쓰지 마라. 경기에만 몰입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고 격려했다. 서 감독의 격려를 품고 뛴 정대세는 골을 터뜨렸다. 보훔에서 뛰던 2011년 12월 17일 이후 478일만의 골이었다. 정대세는 "그동안 잠도 못 잤다. 마음속으로 원하던 순간이 갑자기 찾아와 세리머니를 할 여유가 없었다. 그냥 넘어져 앉았는데 눈물이 계속 나왔다"고 말했다. 수원은 대구를 3대1로 잡고 선두로 뛰어올랐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