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원하늘숲길트레킹

스포츠조선

'세계적 울보' 정대세가 흘린 눈물의 의미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3-04-07 17:11


정대세가 6일 한국 무대 첫 골을 터뜨렸다. 골을 넣은 정대세가 스테보와 함께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제공=수원 삼성

정대세(29·수원)는 강렬하다. 짧은 스포츠형 머리와 까무잡잡한 피부, 찢어진 눈, 광대뼈가 툭하니 튀어나온 얼굴로 사람들을 압도한다. 바늘로 찔러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을 인상이다.

하지만 정대세는 '소문난 울보'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브라질과의 G조 조별리그 1차전 경기 시작 전 눈물을 흘렸다. 남한 국적으로 일본에서 나고 자라 북한 대표로 월드컵에 나선 경계인의 심경이 담긴 눈물이었다. 이 장면은 TV전파를 타고 전세계로 송출됐다.

정대세의 '세계적 눈물'이 수원에서 터졌다. 정대세는 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구와의 2013년 K-리그 클래식 5라운드 홈경기 전반 32분 한국 무대 첫 골을 넣었다. 스테보와 서정진으로 이어진 패스를 문전 앞에서 가볍게 마무리했다. 골을 확인한 정대세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잔디에 박은 채 엎드렸다. 어깨가 들썩거렸다. 스테보가 와서 정대세를 일으켰다. 둘은 부둥켜 안았다. 정대세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동안의 설움이 진하게 담긴 눈물이었다.

정대세는 한 때 잘나가던 공격수였다. 2006년 가와사키 프론탈레에서 프로 데뷔했다. 2007년 12골, 2008년 14골, 2009년 15골을 넣었다. 2010년 여름 독일 분데스리가 2부리그 보훔으로 진출했다. 2010~2011시즌 25경기에 나서 10골을 넣었다. 2011~2012시즌 전반기에도 14경기에서 4골을 기록했다. 실력을 인정받았다. 2012년 1월 31일 쾰른으로 이적했다.

잘못된 선택이었다. 정대세는 경기 출전 기회도 제대로 잡지 못했다. 2011~2012시즌 남은 기간 동안에 5경기 출전에 그쳤다. 2012~2013시즌 상반기에도 5경기에 나서는데 그쳤다. 물론 골도 없었다. 가가와 신지(맨유, 당시 도르트문트)나 우치다 아스토(샬케04) 손흥민(함부르크)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등 잘 나가는 다른 선수들을 보니 더욱 자신이 초라해졌다.

기회가 찾아왔다. 수원이었다. 수원은 2013년 겨울 이적 시장에서 정대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쾰른은 이미 정대세를 전력외로 분류한 상태였다. 몇차례의 이적협상 줄다리기 끝에 정대세는 수원의 푸른 유니폼을 입었다.

새로운 땅에 온 정대세는 의욕이 넘쳤다. 운동량을 늘리며 몸을 끌어올렸다. 동계 전지훈련 기간동안 선수단에서 가장 많은 6골을 넣었다. 시즌 개막 후에도 좋은 몸상태를 유지했다. 몸싸움과 위치 선정, 동료 선수들과의 움직임은 흠잡을 데 없었다. 다만 골이 문제였다. 정대세의 슈팅은 번번이 골문을 빗나갔다. 3일 가시와 레이솔(일본)과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경기에서는 페널티킥을 2개나 놓쳤다. 2대6 대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자신감은 한없이 줄어들었다.

대구전을 앞두고 서정원 수원 감독이 정대세를 불렀다. 서 감독은 "골에 대해 신경쓰지 마라. 경기에만 몰입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고 격려했다. 서 감독의 격려를 품고 뛴 정대세는 골을 터뜨렸다. 보훔에서 뛰던 2011년 12월 17일 이후 478일만의 골이었다. 정대세는 "그동안 잠도 못 잤다. 마음속으로 원하던 순간이 갑자기 찾아와 세리머니를 할 여유가 없었다. 그냥 넘어져 앉았는데 눈물이 계속 나왔다"고 말했다. 수원은 대구를 3대1로 잡고 선두로 뛰어올랐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