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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여신이 마음을 돌리는 듯 했다. 운명이 야속했다. 헛웃음만 나왔다. 10분이 90분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
도박에 가까운 강공이었다. 적중하는 듯 했다. 선수들이 달라졌다. 투지와 근성이 살아났다. 강력한 압박과 몸을 던지는 투혼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유상훈도 믿음에 화답했다. 안정적으로 뒷문을 지켰다. 전반 일찌감치 2골을 터트렸다. 3무2패, 단 1승도 챙기지 못한 3월의 암울한 그림자가 사라지고 있었다. 최 감독은 후반 20분이 흐른 후 교체카드를 꺼내들었다. 후반 34분 3장을 모두 소진했다. 4월 매주 2경기씩 벌어지는 살인적인 일정을 감안, 컨디션 조절을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4분 뒤 믿기지 않는 상황이 연출됐다. 유상훈이 상대의 외국인 공격수 윌슨과의 1대1에서 육탄 저지하다 레드 카드를 받았다. 페널티킥까지 허용했다. 그 순간 소란이 일어났다. 김용대가 벤치에 있었지만 이미 교체 카드를 다 써버려 기용할 수 없었다. 10명의 필드플레이어 중 한 명이 골문을 지켜야 했다. '중앙수비수 김진규냐, 수비형 미드필더 최현태냐', 최 감독의 머리에 쥐가 났다. 선택은 최현태였다. "현태는 멀티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진규를 쓸까도 고민했지만 현태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후반 41분 윌슨에게 페널티킥 골을 허용한 이후가 더 걱정이었다. 인저리타임도 무려 5분이나 주어졌다.
2대1, 4월 첫 경기에서 드디어 무승 사슬을 끊었다. 2월 26일 장쑤(중국)전 5대1 대승 이후 35일 만의 귀중한 승리였다. E조에서 2승1무(승점 7)로 단독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최 감독은 "나도 당황스러웠다. 이것도 축구의 재미난 요소다. 좋은 경험을 했다. 앞으로 이런 경우가 나오면 안되겠지만 이기고자 하는 선수들의 정신력을 믿었다. 확실한 반전의 계기가 됐다"며 환하게 웃었다. 다시 한 발을 옮긴다. 서울은 6일 울산과의 홈경기에서 K-리그 클래식 첫 승에 도전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