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제는 클래스다!]3월의 레드카드는, 권위주의 심판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3-04-03 08:20


◇권오갑 프로축구연맹 총재

'이제는 클래스다!'

한국 프로축구가 올해로 출범 30주년을 맞았다. 한 세대가 흘렀다. 이제 품격을 논할 때가 됐다.

스포츠조선은 지난달 2일 올시즌 K-리그 클래식 개막에 맞춰 연중 캠페인

'이제는 클래스다!'를 시작했다. 위기의 프로축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질을 높여야 한다는 의도였다. 매달 3장의 카드, '넘버원', '옐로', '레드'를 꺼내들 것이라고 했다. '넘버원'에는 넘치는 칭찬, '옐로'에는 주의를 준다고 했다. '레드' 카드에게는 아주 뼈아픈 채찍을 휘두른다고 했다.

반성없이, 비판없이, 생존을 위한 몸부림 없이 프로축구, 더 나아가 한국축구의 발전은 없다는 절심함 속에서 펜을 들었다. 리그 수준을 높여야 새로운 30년을 설계할 수 있다.


'이제는 클래스다!', 첫번째 보고서를 공개한다.

[넘버원]줄을 서서 표를 산 프로축구 수장

신선한 충격이었다. 성남과 수원전이 열린 지난달 3일이었다. 경기도 성남 탄천종합경기장 매표소에 프로축구판의 최고 어른이 줄을 섰다. '슈퍼 VIP'다. VIP 통로를 마다하고 매표 창구를 선택했다. 그는 경기장 서측매표소에서 팬들과 함께 기다렸다가 직접 티켓을 구매한 후 경기장에 입장했다. 2월 21일 K-리그 수장에 오른 신임 권오갑 프로축구연맹 총재였다.

권 총재는 취임 일성에 "임기 중에 경기장마다 관중이 꽉 들어찼으면 좋겠다. 축구가 국민에게 사랑받고, 많은 관중이 경기장을 찾도록 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꾸고 새롭게 태어나겠다"고 했다. 실행에 옮겼다. 직접 표를 산 건 개혁의 몸부림이었다. "프로스포츠의 최고 가치는 관중들이 경기장을 많이 찾아 주는 것이다. 축구표는 공짜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관중 증대를 직접 실천하기위해 향후 방문하는 모든 경기장에서 티켓을 직접 구매한 후 입장할 예정이다."


사실 K-리그에 '공짜표 관행'은 여전하다. 프로연맹에서 녹을 먹고 있는 한 관계자는 권 총재가 표를 구매해 입장한 다음 주말에도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2~3장도 아닌 수십장의 '공짜표'를 요구했다. 지역에서는 '유지'라는 간판으로 스스럼없이 공짜표를 요구한다. 구단들도 '죄의식'이 없다. 연맹은 올해부터 수익금 총액의 50%는 모든 구단에 균등하게 배분을 하되, 나머지 50%는 관중동원 순위에 따라 차등지급하기로 했다. '공짜표'도 관중 집계에 포함돼야 한다며 떼를 쓰고 있는 구단도 있다. 정신 못 차린 행위다. 1~2명이 입장하더라도 '공짜표'는 사라져야 한다.

윗물에서 자정 노력이 시작됐다. 아랫물도 움직여야 한다. 권 총재는 3월의 '넘버원'이었다.


FC서울이 26일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13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E조 1차전 장쑤 순톈(중국)과 경기를 펼쳤다. FC서울 김용대 골키퍼가 공중볼을 처리하고 있다.
상암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2.26
[옐로]정신차려! FC서울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디펜딩챔피언 FC서울의 3월 클래식 성적은 초라했다. 2무2패, 4경기에서 거둔 승점은 2점에 불과했다. 포항, 경남(이상 2대2)과 비겼고, 부산(0대1 패)과 인천(2대3 패)에 덜미를 잡혔다. 경기의 질이 떨어진 것은 아니다. 최용수표 '무공해(무조건 공격) 축구'는 퇴색되지 않았다. 단 고비마다 1%가 부족했다.

외형적인 경기력을 탓할 생각은 없다. 캠페인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한마디 들어야 할 대상은 '정신 못 차린' 몇몇 선수들이다. 배가 불렀다.

서울은 2010년에 이어 지난해 K-리그를 제패했다. 선수들의 헌신적인 플레이는 독보적이었다. 하지만 그 색깔이 희미해졌다. 아직도 챔피언이란 착각속에 빠져있는 건지.

스포츠를 갱없는 드라마라고 한다. 드라마에 주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조연과 단역도 있어야 한다. 중요하지 않은 역할은 하나도 없다. 지난달 챔피언의 자만이 그라운드에 투영됐다. 모두가 조연이 아닌 주연이 되고 싶어한다. 악역도 절대사절이다. 수비에서 불협화음이 났다. 태클을 두려워하고, 정신줄을 내려놓았다. 힘들게 골을 넣고도, 어이없이 실점을 허용했다. 이길 수가 없다. 3월의 잔상이었다.

그런 모습은 서울에만 악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다. 팬들은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을 보기를 원한다. 당연히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모든 것을 쏟아내야 한다. 프로선수의 의무다. 팬에 대한 예의다. 어떤 역할이 주어지든 충실해야하고, 자부심도 가져야 한다. 그런 프로의 기본 자세를 갖추지 못한 선수는 그라운드에 설 자격이 없다. 그런 선수가 뛰면 축구는 망한다.


[레드]'절대 권력'의 착각에 빠진 심판

심판이 없는 축구는 상상할 수 없다. 휘슬은 곧 법이다. 그들의 권위는 절대적으로 존중받아야 한다. 올해 판정을 위한 여건은 더 좋아졌다. 판정 정확성 강화를 위해 새로운 심판 전용 무전기를 도입했다. 경기 지연을 줄이기 위해 프리킥시 그라운드에 스프레이로 선을 긋는다. 사후 동영상 분석도 시작됐다. 전북 임유환이 첫 타깃이었다. 전북이 생떼를 썼지만 2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질적으로는 아직 멀었다. 심판들은 그들만의 '권위'라는 성을 쌓아놓고 있다. 늘 개선하고 있다며 지켜봐달라고 한다. 믿어달라고 한다. 말뿐이다.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절대선'이란 엄청난 착각에 빠진 듯 하다. '오락가락 판정'은 여전하다. 한 차례 경고를 받은 선수에게는 '무한 관용'을 베푼다. 팔꿈치로 상대를 가격해도 그들의 눈에는 파울이 아니다. '제 식구 감싸기'에는 도가 텄다. 자칫 권위에 금이 갈까, 치부를 숨기기에만 급급하고 있다. 판정에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매번 잣대가 다르다면 불신만 쌓인다. 불신이 쌓이면 권위도 없다.

이 뿐이 아니다. 한 외국인 선수는 최근 부심이 내뱉은 한 마디에 치를 떨고 있다고 한다. "조용히 해, 개XX야." 선명하게 들렸단다. 그는 분을 삭이지 못하다 며칠 전에 "욕은 알아 들을 수 있다"며 구단 관계자에게 하소연했다.

심판은 인격과 인품을 갖춰야 한다. 존중받기 위해서는 선수들도 존중해줘야 한다. 심판은 절대권력이 아니다. 그런 착각에 빠져있다면 하루빨리 옷을 벗어라. 그래야 축구가 산다. 한마디 더 한다면 심판의 수준이 리그의 수준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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