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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프로야구가 700만 시대를 열었다. 프로스포츠 사상 첫 경사였다.
올해 프로축구, 스토리가 넘친다. 이곳 저곳에 이야기 거리가 풍성하다. 바꾸어 말하면, 흥행대박의 요소가 갖춰졌다.
수원은 '인민루니' 정대세를 데려왔다. 입단 자체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언론 노출에 너무 소극적인 구단의 방침이 많은 아쉬움을 남기기는 했다. 그래도 팬들의 이목은 집중됐다.
지난 31일에는 풍운아가 돌아왔다. 이천수(인천)가 그라운드에 섰다.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대전과의 2013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4라운드가 복귀 무대였다.
후반 7분에 그라운드를 밟았다. 2009년 6월20일 전북전 이후 1381일만이었다. 감회가 무척 새로웠을 것이다. 팬들도 그랬다. 이천수가 몸을 풀 때부터 박수가 터져나왔다.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자 운동장은 떠나갈 듯 했다.
아직 전성기 때의 몸상태는 아니었다. 그래도 이천수는 이천수였다. 가끔씩 실력이 나왔다. 경기 뒤 그는 "운동을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그라운드에 섰다. 나는 이제 첫 경기를 시작했다. 몸상태를 더 끌어올리겠다. 즐길일만 남았다"고 했다. 팬들의 환대에 대해서는 "감사드린다. 오랜만에 듣는 함성이었고, 고향에서 듣는 소리였다. 그전에는 상대편에서 인천의 골문을 향해 달렸는데 이제는 고향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달려서 좋았다"며 "이 함성이 그리웠다. 쉬는 기간 나한테 다시 이런일이 생길까 했는데 가슴이 뜨거워졌다. 운동선수가 그라운드에 있으면서 함성 받을때가 가장 기쁜 일이라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며 감격해했다.
이날 인천경기장에는 1만103명의 팬들이 찾았다. 이천수를 보기 위해서였다.
프로축구 스토리, 여기가 끝이 아니다. 차두리도 돌아왔다. FC서울에 입단, 팬들과의 만남을 준비중이다.
힘겹게 돌아온 국내무대다. 지난 27일 입단 기자회견에서 그는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고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지난 3개월은 사실 축구를 계속 해야 할지, 아니면 제2의 인생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던 시기였다. 마음을 접고 다른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FC 서울 구단과 최용수 감독님이 마지막으로 좋은 기회를 주셔서 다시 축구화끈을 매고 운동장에 설 각오를 다졌다"고 했다. 재독동포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고 했다. "독일에서 만난 한국 분들이 모두 똑같은 말을 많이 해주셨다. 꼭 한국에 가서 공을 차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고 싶다고 하셨다. 다시 생각해보니 팬들이 있어서 내가 여기까지 왔다. 그래서 한국팬들 앞에서 경기를 한다면 행복할 것이라 생각했다. 팬들의 말이 심경에 변화를 주는 가장 큰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축구 선수라면 모두가 국가대표를 꿈꾸고 월드컵에 나가고 싶어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월드컵이 내년이니 한 발씩 나아가는게 중요하다. 빨리 몸을 만들고 경기력을 끌어올린 다음에 대표팀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다. 마음 한 구석에는 아직 (월드컵)이 자리잡고 있다"고도 했다. 힘든 시간을 견뎌내고 내린 결정, 환영한다. 국내무대에서의 첫 선인 만큼 기대도 크다.
차두리와 정대세의 운명적 만남도 이슈다. 둘은 친한 형-동생이다. 차두리가 형이다. 독일에 같이 있으면서 우정을 쌓았다.
정대세의 한국복귀에도 차두리가 결정적 조언을 했었단다. 마침 같은날 정대세도 기자회견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차두리를)때려서라도 상대하겠다"며 한방을 날렸다. 그러자 차두리는 "(정대세의 문자에 답장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울이 수원을 이길 때까지 계속 답장을 하지 않을 것이다"고 응수했다.
이야기 거리가 넘친다. 프로축구의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온다.
'스토리맨'들의 인터뷰에서 빠지지 않는 단어가 있었다. 바로 '팬'이다. 이천수는 "고향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달려서 좋았다"고 했다. 차두리는 "팬들이 있어서 내가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그 소중한 팬들을 위한 스토리, 큰 기대를 해본다.
신보순 기자 bsshi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