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이었다. 카타르의 '침대축구'는 여전했다. 팬들의 야유에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한번 누으면 일어날 줄을 몰랐다.
카타르 대표팀의 비매너도 만만치 않았다. 경기 시작 전부터 한국의 날씨가 춥다며 엄살을 부렸다. 공식 기자회견에는 피로를 이유로 선수와 감독이 함께 참석하는 관례를 깨고 감독만 모습을 드러냈다. 피곤하다는 카타르의 말은 '사실'이었다. 경기가 시작되자 드러눕기 바빴다. 전반 11분 구자철의 패스를 받은 이근호가 침투하며 카타르의 부르한 골키퍼와 충돌했다. 그렇게 강한 충돌은 아니었지만, 부르한 골키퍼는 작정한 듯 2분여간 일어나지 않았다. 예전 학생들을 중심으로 붐이 일었던 '시체놀이'를 보는 듯 했다. 전반 중반에는 최전방 공격수 소리아가 쓰러졌다. 심판이 일어서라고 다가가자 부딪히지도 않은 발목을 잡고 누웠다. 태극전사들이 일어나라고 손을 내밀어도 뿌리쳤다. 카타르는 침대축구와 거친 몸싸움을 간간히 섞어가며 눈쌀을 지푸리게 했다.
후반에도 비매너는 계속됐다. 40분에는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갔다. 손흥민이 드리블 돌파 중 파울을 당하자 후속 동작에 카타르 선수들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선수들이 엉켜 몸싸움을 펼쳤다. 카타르 선수가 계속해서 기성용을 치며 자극했다. 종료직전에는 다시 한번 소리아가 누으며 시간을 끌었다. 태극전사들과 관중 모두 계속된 침대축구에 흥분했다. 관중석에서 물병까지 날아들어왔다. 카타르 벤치와 관중들이 서로 삿대질을 하는 볼성사나운 장면마저 연출됐다. 손흥민의 극적인 결승골이 터지지 않았다면 더 답답했을 카타르전이었다.
상암=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