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신기자의 開口]카타르전, 왜 이겨야 하냐면

신보순 기자

기사입력 2013-03-26 09:22 | 최종수정 2013-03-26 09:25


카타르와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5차전 경기를 갖는 최강희호가 경기 하루 전 25일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훈련을 갖고 최종 점검을 했다. 훈련 전 최강희 감독이 기자회견을 갖고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상암=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요즘 참 어수선하다. 정신이 없다. 우리 사회가 남의 동네 같다. 하나된 느낌이 없다.

정치권은 역시 정치권이다. 시끄럽다. 얼마전까지 정부조직법 하나 처리하지 못했다. 자기 목소리만 냈다. 지금은 연일 장관 내정자들이 사퇴를 하고 있다. 참 배울 게 없다. 항상 그래왔듯이 말이다. 정말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스포츠도 시끄러웠다. 얼마전 승부조작이 도마에 올랐다. 연예쪽도 성추행, 프로포폴 사건으로 어수선하다.

마음 둘 곳을 찾기 힘들다. 도대체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는지 조금 걱정스럽다. 본 기자만의 느낌일까.

문뜩 그 때가 떠오른다. 참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우리 모두, 모든 국민이 하나가 됐었다. 너와 나가 아닌 우리만 있었다. 근래에 그처럼 한마음이 됐던 적은 없었을 것이다.

2002년, 어느 날이었다. 신촌에서 와이프와 두살된 아들, 처제 부부와 점심을 먹었다. 단골식당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TV를 볼 곳을 찾았다. 기억에 한-일 월드컵 스페인과의 8강전 날이었던 것 같다. 카페, 호프집에는 자리가 없었다. 다시 식당으로 돌아왔다. 주인 아저씨가 자리를 내줬다. 아저씨는 응원의 의미라며 아이스크림도 한턱 '쐈다'. 우리 모두는 붉은 색 티를 입고 있었다.

경기 내내 손에서 땀이 났다. 열심히 "대~한민국"을 외쳤다. 아쉬움의 탄성, 기쁨의 환호가 이어졌다.

마지막 홍명보의 승부차기 골이 들어갔다. 한국이 이겼다. 온 몸에 전율이 흘렀다.


식당 밖으로 뛰어 나갔다. 여기저기서 '광란의 축제'가 벌어졌다. 어깨동무들을 했다. "오~ 필승 코리아"가 울려퍼졌다. 도로는 사람들로 꽉 찼다. 차는 모두 멈춰섰다. 모두들 흥분했다. 너와 나가 없었다. 얼굴만 마주치면 서로 질세라 "대~한민국"을 외쳤다. 우리는 하나였다.

두살짜리 아들은 그 인파속에서 인기를 끌었다. 서로 와서 한번씩 안아줬다. 얼굴에 태극 페인팅을 해줬는데 그게 예뻤었나 보다. 같이 사진을 찍고 가는 사람도 많았다.

그 해 우리는 정말 행복했다. 문뜩 그 때가 생각이 난다.

오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카타르와의 최종예선이 벌어진다. 본선 진출을 향한 중요한 일전이다.

그동안 몇차례 실망을 안겨줬다. 지난해 10월 이란과의 최종예선 4차전에서 0대1로 졌다. 그 뒤 호주(1대2), 크로아티아(0대4)와의 평가전에서 연패를 했다. 이번에는 다를 것으로 기대한다. 최강희 감독도 "평가전은 평가전일 뿐, 예선전을 다르다"라고 했다.

현재 한국은 A조 2위다. 우즈베키스탄(승점 8)에 승점 1이 뒤져있다. 한경기를 덜 치른 결과다. 언제든지 따라잡을 수 있다.

결과만 봐서는 안된다. 더 눈여겨 볼 것은 내용이다. 그동안의 문제점을 어떻게 보완했는지, 앞으로 전망은 어떨지, 밝은 미래를 보여줘야 한다. 분명 그렇게 해 줄것이라고 믿는다.

월드컵 본선은 아직 먼 이야기다. 그래도 미리 '예열'을 하고 싶다. 그 때 한마음이 됐던 우리를 다시 느껴볼 준비를 하고 싶다. 주위가 어수선해서인지 더 그런 마음이 든다.

오늘 우리 태극전사들이 그렇게 해줄 것이다. 우리들이 하나될 수 있는 준비를 하게 해줄 것이다. 꼭 그렇게 해줘야 한다.

그 때 두살이었던 아들이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이다. 참 말을 안듣는다. 벌써 사춘기인가 보다. 요즘 사회처럼 정돈된 느낌이 없다. 정신이 없고, 반항적이다. 그 아들과 다시 "대~한민국"을 외치며 한마음이 되고 싶다.
신보순 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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