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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승부조작 왜? 한국은 자유로울까?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3-02-05 18:11 | 최종수정 2013-02-06 08:27


사진캡처=데일리미러

또 축구 승부조작 사건이 터졌다.

전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지구촌 대제전'인 월드컵 지역예선을 비롯해 '꿈의 무대'인 유럽챔피언스리그까지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유럽연합 산하 공동 경찰기구인 유로폴은 4일(한국시각) 네덜란드 헤이그 본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세계 축구경기를 대상으로 승부조작을 저지른 광범위한 범죄조직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그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 전세계 30개국에 걸쳐 680경기에서 조직적인 불법 승부조작이 일어났다. 로버트 웨인라이트 유로폴 국장은 "승부조작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경기는 전 세계적으로 680경기에 달한다. 이 가운데 380경기는 유럽에서 일어났고, 나머지 300경기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 등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유럽에서는 터키가 79건으로 가장 많았고, 독일이 70건, 스위스가 41건으로 뒤를 이었다.

웨인라이트 국장은 "유럽 30개국 425명의 심판과 선수들이 승부조작에 가담했다. 각국 50여명이 이미 체포돼 조사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승부조작은 싱가포르에 근거를 둔 범죄조직이 주도했다고 한다. 이 조직은 800만유로(약 118억원)의 불법이득을 챙겼고, 선수와 심판 매수로 200만유로(약 30억원)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로폴은 1만3000여 건의 이메일 문서를 확보하고 80개의 수색영장을 발부받은 상태다. 유로폴은 구체적인 선수와 구단 이름은 밝히지 않고 있다.

승부조작은 잠잠해지면 터지는 스캔들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상 최대인 점에서 국제 축구계가 경악하고 있다.

하필 왜 또 축구일까. 축구는 변수가 가장 많은 스포츠다. 발이 주무기라 손으로 하는 종목에 비해 정확도가 떨어진다. 조작이 실수로 둔갑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승부 조작의 기본도 승리가 아닌 패배다. 축구는 11명이 한 팀을 이룬다. 경기에는 22명이 나선다. 적은 스코어로 승부가 갈린다. 마음만 먹으면 골키퍼나 수비수 등 1~2명이 결과를 조작할 수 있다. 검은손이 이들을 타깃으로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또 한 번 마수에 걸리면 헤어나오지 못한다. 승부조작은 폭력 조직 등 지하 세계와도 연결돼 있다.

그럼 이미 홍역을 치른 한국 축구는 어떨까. 유로폴이 "나머지 300경기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 등에서 발생했다"고 한 발표가 찜찜하다. 한국은 2008년 K3(3부 리그)와 실업축구에 이어 2011년 K-리그에서 승부조작 사건이 터졌다.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한국 축구가 연루돼 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꺼진 불도 다시 봐야 한다. 승부조작은 방심하는 순간 몰아닥칠 수 있다. 챌린저스 등 하부리그 경기의 경우 최근까지도 심심찮게 불법 베팅 사이트가 고용한 중계요원을 볼 수 있었다. 축구협회가 적발에 나서고 있지만 처벌할 근거도 마땅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불법 베팅은 승부조작의 시발점이다. 승부조작과 관련한 전면적인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랄프 무슈케 국제축구연맹(FIFA) 안전국장은 "FIFA 등 전 세계 축구계가 승부조작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으나 사법당국 등 외부의 도움이 없으면 해결하기 어렵다"며 "축구인이 승부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나면 FIFA 윤리규정을 바탕으로 영구제명 등의 제재를 받지만 축구계와 관련 없는 사람에게 내려지는 법적 처벌은 미약한 수준"이라며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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